문학 Novel & BooK 썸네일형 리스트형 [Social Fantasy21]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1 다음 날 이른 아침이었다. 나는 어젯밤 일로 인해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풀리지 않은 의문들 때문에 긴장된 탓이리라. 나는 새벽녘 잠시 눈을 붙이고 떴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찬 기운이 맴도는 햇살이 나의 눈 등을 건들고 있었다. 얼굴은 푸석푸석했고, 눈 끝 양쪽이 아파왔다. 심지어 어금니를 감싼 잇몸마저 쑤셔왔다. 이 같은 고통도 지금 나에겐 사치스러운 푸념에 불과했다. 얼른 한스 선생님에게 가서, 그의 거짓말에 대해 목청껏 따지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신데렐라와 워싱턴 정가 얘기에 대해 묻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고…….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방문을 걷어차다시피.. 더보기 [Social Fantasy20]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9 허름한 소파에 누워서 자고 있었던 어머니의 손에는 여전히 텔레비전 리모컨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나도 오늘만큼은 일찌감치 침대에 누웠다. 나에게는 한스 선생님의 모든 말들이 충격적이었다. 그중에서도 그가 조류 전문가라는 말이 내 귀에 쏙 들어왔다. 아버지도 ‘조류 전문가’였는데……. 그가 친근감 있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는 나의 겨드랑이에서 뭘 확인한 걸까. 나는 호기심에 집게손가락으로 겨드랑이 쪽을 만져보니, 양쪽에 아주 작은 ‘사마귀’ 같은 게 잡힐 뿐이었다. 요즘 잘 씻지 않아서 생겼나 보다. 그의 침통한 얼굴과 눈빛만이 내 머리에 맴돌았다. 아차……. 잠잠했던 내 머릿속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더보기 [Social Fantasy19]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8 “너 여기 왜 왔어?” 나는 뜻밖의 사람 목소리가 들려 당황해 하며, 대답을 머뭇거렸다. 큰 짐승 같은 괴물이 사람 목소리를 가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 머릿속이 하얗게 돼 버렸다. 그는 나의 대답이 떨어지기 직전에 갑자기 ‘쉿!’ 소리와 함께 자신의 입술에 수직으로 손가락을 갖다 대는 듯했다. 그러면서 강제로 내 얼굴과 머리에 뒤집어씌운 수건을 천천히 벗겨줬다. 예상대로 구내식당 오물 처리장이었다. 당근, 배추, 고등어가 한데 섞인 냄새가 내 코를 사정없이 찔러댔다. 코를 살짝 움켜쥐고, 서서히 눈을 떴다. 나는 떨어뜨렸던 고개를 들어 사람만한 박쥐일 것 같은 얼굴을 눈여겨 쳐다봤다. ‘이게 웬일인가…… 한… .. 더보기 [Social Fantasy18]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7 머뭇거리다가 벌써 텔레비전 디지털시계가 9시 31분을 표시하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새떼 죽음을 보도한 기자처럼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만일을 위해서라도 조그마한 칼을 챙겼다. 호신용으로 쓸 생각이었다. 한 손에는 손전등을 쥐었다. 만에 하나 비밀의 문 중간에 손전등의 불이 꺼지기라도 하면, 암흑의 천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가는 도중에 손가락만 한 크기의 건전지 두 개도 구입했다. 아직까지 비밀의 문 주변의 공사가 한창인지라 신발에 혹시나 못이 박힐까 정신을 더욱더 가다듬었다. 다행히 가로등의 환한 불빛들과 반딧불 여럿이 나를 보호해주는 듯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하수구 입구에 천천히 들어섰다. 이곳은 .. 더보기 [Social Fantasy17]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6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를 빠져나가는 때가…… 아마도 한산하고 어둑한 늦은 밤쯤이 될 거야. 한스 선생님은 그때 쥐도 새도 모르게 그 문서들을 불사를 게 분명해!’ 아무리 빨라도 귀뚜라미 여러 마리가 요란스럽게 울어대는 오늘 밤 10시가 넘어가면, 대부분의 비밀문서들이 시커먼 잿더미가 될 듯싶었다. 늦게까지 이어지는 졸업반 학생들의 야간 자율학습이 그때 끝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장도 뭔지 알 수 없는 여러 우려되는 문제들의 씨앗을 가급적이면 빨리 싹둑 자르고 싶을 테니까. 그는 한스 선생님에게 오늘 당장 문서들을 불사르라고 간곡하게 권유 아닌 강요를 했을 게 뻔했다. 여하튼 밤 10시, 그 이전엔 한스 선생님을.. 더보기 [Social Fantasy16]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5 “그가 한스를 만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암살자처럼 냉정한 얼굴을 한 젊은이가 입술을 바르르 떨며, 돌계단 위쪽에 있는 상관에게 비밀스러운 정보를 건네주고 있었다. 그 젊은이는 두꺼운 붉은 가죽옷을 입고 있었고, 숱 많은 머리에서 투구를 벗어 오른손에 들었다. 그의 하체는 상체만큼 우람하고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적의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했는지 얼굴 왼쪽 관자놀이엔 칼자국이 깊게 나 있었고, 같은 쪽 어깨에도 누런 흰색 붕대가 감겨 있었다. 마치 전쟁 일선에 갓 선임된 연륜이 적은 공격 대장처럼 보였다. 여왕의 자태를 뽐내는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는 한참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 “그의 열정을 억누를 수는.. 더보기 [Social Fantasy15]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4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멀리서 보였다. 그녀는 하늘거리는 니트 티가 잘 어울렸고, 키가 아담하며 자태도 고았다. 게다가 학자풍도 그녀의 몸에 담뿍 배어 있는 듯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자태는 둘러싸여 있는 책들과도 제법 어울려 보였다. 가까이서 보더라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눈코입이 오목조목한 게 수줍은 공주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가끔 낯간지럽게 ‘공주 선생님’이라는 애칭을 써가며 책을 빌려 가곤 했다. 그런데 이 급한 순간에 그녀는 퇴근하려고 가방을 바삐 챙기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 앞으로 뛰어갔다. 일부러 나는 더 조바심 내며, 남자답지 못하게 애교 섞인 말로 간곡히 부탁했다. “공주 선생님,.. 더보기 [Social Fantasy14]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3 나는 냉큼 문 앞에 걸려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잔뜩 빼어 들었다. 그걸로 털이 덥수룩한 내 다리와 엉덩이를 이리저리 대충 닦아냈다. 하지만 털 속의 남은 배설 찌꺼기와 냄새만큼은 지우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시간이 쉴 새 없이 흘러가고 있는 터라, 찜찜한 채로 곧장 교실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늦게 들어가기라도 하면, 히스테릭한 로즌 선생님의 잔소리를 이겨낼 자신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이러한 어설픈 나의 판단은 내 자신을 더욱더 곤욕스럽게 했다. 학급 친구들뿐 아니라, 로즌 선생님도 미처 말끔히 지우지 못한 내 몸의 똥냄새 때문에, 코를 두 손으로 쥐어 잡고 난리가 난 것이다. 다들 나보고 들어오지도 말고 똥냄새부.. 더보기 이전 1 ···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