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1
다음 날 이른 아침이었다. 나는 어젯밤 일로 인해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풀리지 않은 의문들 때문에 긴장된 탓이리라.
나는 새벽녘 잠시 눈을 붙이고 떴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찬 기운이 맴도는 햇살이 나의 눈 등을 건들고 있었다. 얼굴은 푸석푸석했고, 눈 끝 양쪽이 아파왔다. 심지어 어금니를 감싼 잇몸마저 쑤셔왔다. 이 같은 고통도 지금 나에겐 사치스러운 푸념에 불과했다.
얼른 한스 선생님에게 가서, 그의 거짓말에 대해 목청껏 따지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신데렐라와 워싱턴 정가 얘기에 대해 묻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고…….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방문을 걷어차다시피 하며 어머니를 이리저리 찾았다. 풀리지 않은 퍼즐들이 나를 미칠 지경까지 내몰고 있는 거였다. 어머니는 언제 소파에서 일어났는지, 밀린 학교 업무 때문일 듯싶은데…… 침대가 아닌 안방에 있는 책상 위에서 목에 두른 스카프도 푸르지 않은 채, 잠 속에 파묻혀 있었다.
‘불쌍한 나의 엄마.’
그런 생각도 잠시였다. 나는 그녀를 흔들어 깨어야만 했다. 의자에 앉아 자던 그녀는 나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눈을 비비며 겨우 일어났다. 나는 눈자위가 충혈될 정도로 졸린 눈을 하고 있는 그녀를 조르다시피 하여 이른 시간에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집을 나섰다. 어제보다 더 이리저리 뒤엉킨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마음이 조급해졌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가 겉보기와 달리 의문투성이였다. 신비한 베일에 싸인 한스 선생님! 그의 말이 진짜 맞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허겁지겁 달려가서 물끄러미 본 학교는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대학 입시의 압박감 때문인지 간혹 어두운 표정의 졸업반 선배들만이 눈에 띄었을 뿐이다. 나는 텅 빈 교실 문을 열고, 자리에 가서 앉았다. 칠판 위에 외로이 걸려있는 시계의 바늘은 7시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다. 멀찌감치 한스 선생님의 연구실의 불빛은 벌써부터 눈부실 정도로 태양 빛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의 성실함과 냉정한 이성은 어느 누구도 추종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교장이 죽었다는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학교와 그의 연구실은 고요하다 못해 평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의 말은 새빨간 거짓임에 분명해! 그래, 이런 날에 살인사건이라니 말도 안 돼. 애써 그에게 찾아가서 당신은 조변림 사건을 알고 있는데도 왜 죽지 않냐, 고 물어볼 필요도 없는 거 아니겠어. 아차, 신데렐라 얘기는 물어봐야 하는데…… 워싱턴 정가도…… 아니다. 더 상황을 지켜보자…….’
나도 모르게 허황된 고민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 자족적인 웃음이 입 밖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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