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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Novel & BooK

[Social Fantasy29]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9 나도 모르게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빛이 눈 속으로 들어왔다. 과학혁명이 자연법칙을 뒤엎어버리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듯싶을 정도로, 또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내 온몸은 몹시 쑤시고 아팠다. 열이 지글지글 끓고 있는 것 같았다. 인기척은 없었지만, 어느덧 내 이마 위에 찬 기운이 흘러내렸다. 나는 눈을 크게 치켜 올렸다. 어머니가 내 곁에서 불안한 듯 몹시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엄마?” “응…… 괜찮아?” 그녀는 새벽부터 나의 신음소리에 잠이 깨어 내 이마 위에 찬 물수건을 올려놓고 간호하고 있었다는 거다. 이른 아침부터 터틀넥의 옷을 입고 있는 어머니의 표정도 그.. 더보기
[Social Fantasy28]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8 “밤늦게까지 또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야!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어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화를 냈다. 요즘 일상은 늘 이렇게 시작되고 있던 거였다. 밤늦게 몇 시에 들어왔는지, 전화기는 왜 산산조각 났는지, 어머니가 마치 강력범을 다루는 형사처럼 나를 추궁했다. 나의 심장 근육이 깜짝 놀랄 정도로 정신없었다. 그녀는 못마땅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화를 내며 마침내 내 등짝을 찰싹 때렸다. “다음부턴 잘하라고. 알았지!” “근데, 엄마……” “나중에 얘기하자.”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라 생각했는지, 그녀는 이렇게 격려의 말을 잊지 않고는 여느 때처럼 내 말도 듣지 않고 바쁘게 서둘러 나갔다.. 더보기
[Social Fantasy27]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7 “네가 죽였는가?” “아닙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여왕처럼 자태가 화려한 한 여자가 젊은 남자에게 심문하듯 다그쳐봤지만, 결국 그는 오른쪽 입술을 실룩거리며, 그 여자의 말을 완강히 부정했다. “그럼, 누구의 짓이란 말이냐?”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그 남자는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짐작이 가는 이가 있습니다. 지혜가 출중한…… 그 누군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여자는 앉아 있는 자리가 불편한지 몸을 들썩거렸다. 아마 여자는 깊게 되짚어 보며 생각하지 않아도 그가 누굴 가리키는지 짐작이 가는 눈치였다. “4천억 원이나 되는 전투기까지 그가 주무른다고 해도, 그걸 그자 혼자 계획할 수는 없지 않.. 더보기
[Social Fantasy26]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6 언제까지 한스 선생님의 말만 믿고 지금까지 일어난 교장과 모키의 처참한 죽음을 넋 놓은 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나는 가슴이 답답해 왔다. 심지어 내 친구 죽음마저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무지 한심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 때문에 친구가 죽었다고 생각하니, 심한 자괴감과 죄책감도 밀려왔다. 바쁘게 서둘러 모키의 집으로 향하던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짙은 어둠 속에서 나타난 그 어수룩해 보인 경찰……. 그 경찰만 아니었어도 친구의 죽음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경찰이 몹시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그 경찰 제복이 왠지 모르게 에메랄드빛이 은은하게.. 더보기
[Social Fantasy25]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5 나는 보충수업을 마치자마자, 모키 집으로 서둘러 갔다. 어젯밤 갑작스럽게 보자는 나의 말을 흔쾌히 받아들인 모키는, 문 앞까지 미리 마중 나와서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는 어깨를 쫙 편 모습이 꽤나 당당해 보였다. “어이, 친구 잘 지내셨는가? 이 엄동설한(嚴冬雪寒)에 학교 다니기도 힘들 텐데, 어쩐 일로 이 누추한 집을 방문하셨나?” 마치 그가 어른이 된 것처럼 제법 성숙한 어투로 말문을 열었다. “그만 좀 해라. 컴퓨터 공부가 애 늙은이로 만들었냐?” 나는 그의 말을 장난스럽게 받아넘겼다. 그도 웃으며 내 이마와 어깨를 ‘톡’ 쳐주더니, 나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하는 듯했다. 그가 거실 모퉁이에 있는 방문.. 더보기
[Social Fantasy24]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4 후덥지근한 밤공기도 어느덧 사라지고, 찬바람이 거세지면서, 장롱 깊숙한 곳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솜이불을 꺼내게 됐다. 그즈음 어김없이 대학 입학시험 날이 다가왔고, 마침내 한스 선생님이 주도면밀하게 지도한 졸업반 선배들이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시험 성적 평균이 전국 5위권에 드는 쾌거를 이루고 말았다. 명문대 입학생도 당연히 꽤 늘어났다. 그의 지도력 덕분이라는 소문이 교내엔 파다했다. 그는 무지 바빠졌다. 그의 교과 연구실의 전화벨이 끈질기게 울려댔고, 그에 대한 한 꼭지의 인터뷰 기사라도 내려고 연구실 앞에 목 빼고 기다리는 기자들로 미어터져 왔다. 전국 각지의 신문방송 통신사들이 이렇게나.. 더보기
[Social Fantasy23]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3 예전 같으면, 방과 후에 수인이는 어김없이 나의 어깨 한쪽으로 메는 비닐 가방 속에 쪽지를 남기고 신발 한 짝이 벗겨진 지도 모르는 채 교문을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임시조회가 있는 날 후로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교장처럼 새들한테 잔혹하게 머리를 쪼여 처참하게 죽은 것은 아닐까?’ 이런 별별 섬뜩한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그녀가 어디에 살고, 몇 반인지조차도 몰랐던 내 자신을 발견하면서, 또다시 조금씩 스스로를 가학하고 싶은 충동도 일었다. 수업을 마치고, 복도 오른쪽 끄트머리에서 나에게 달려왔던 그녀의 모습들이 일여 년의 짧은 시간도 못 채운 채, 마치 크고 날카.. 더보기
[Social Fantasy22]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2 시간은 흘러 벌써 칠판 위의 시계는 8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학생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교실 안이 요란한 소리로 시끌벅적대기 시작했다. 마치 어렸을 적 축구와 팽이치기 놀이할 때를 연상시키듯 말이다. 그땐 정말 신났었는데……. 이들 반 친구 중에 아무라도 붙잡아 놓고 울먹거리며 나의 고민을 다 털어놓고 싶었다. 전에도 생각해봤지만, 나의 소심한 성격 탓에 문제가 복잡해지고, 일만 더 꼬여갈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때를 기다린 듯 학교 방송이 교실 앞 왼쪽 상단에 위치한 스피커를 통해 요란하게 들려왔다. “교실에 있는 학생 전원은 체육관으로 집합하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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