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카나리아의 흔적 이윤영 CJI 연구소

[Social Fantasy23]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3 예전 같으면, 방과 후에 수인이는 어김없이 나의 어깨 한쪽으로 메는 비닐 가방 속에 쪽지를 남기고 신발 한 짝이 벗겨진 지도 모르는 채 교문을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임시조회가 있는 날 후로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교장처럼 새들한테 잔혹하게 머리를 쪼여 처참하게 죽은 것은 아닐까?’ 이런 별별 섬뜩한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그녀가 어디에 살고, 몇 반인지조차도 몰랐던 내 자신을 발견하면서, 또다시 조금씩 스스로를 가학하고 싶은 충동도 일었다. 수업을 마치고, 복도 오른쪽 끄트머리에서 나에게 달려왔던 그녀의 모습들이 일여 년의 짧은 시간도 못 채운 채, 마치 크고 날카.. 더보기
[Social Fantasy18]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7 머뭇거리다가 벌써 텔레비전 디지털시계가 9시 31분을 표시하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새떼 죽음을 보도한 기자처럼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만일을 위해서라도 조그마한 칼을 챙겼다. 호신용으로 쓸 생각이었다. 한 손에는 손전등을 쥐었다. 만에 하나 비밀의 문 중간에 손전등의 불이 꺼지기라도 하면, 암흑의 천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가는 도중에 손가락만 한 크기의 건전지 두 개도 구입했다. 아직까지 비밀의 문 주변의 공사가 한창인지라 신발에 혹시나 못이 박힐까 정신을 더욱더 가다듬었다. 다행히 가로등의 환한 불빛들과 반딧불 여럿이 나를 보호해주는 듯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하수구 입구에 천천히 들어섰다. 이곳은 .. 더보기
[Social Fantasy17]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6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를 빠져나가는 때가…… 아마도 한산하고 어둑한 늦은 밤쯤이 될 거야. 한스 선생님은 그때 쥐도 새도 모르게 그 문서들을 불사를 게 분명해!’ 아무리 빨라도 귀뚜라미 여러 마리가 요란스럽게 울어대는 오늘 밤 10시가 넘어가면, 대부분의 비밀문서들이 시커먼 잿더미가 될 듯싶었다. 늦게까지 이어지는 졸업반 학생들의 야간 자율학습이 그때 끝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장도 뭔지 알 수 없는 여러 우려되는 문제들의 씨앗을 가급적이면 빨리 싹둑 자르고 싶을 테니까. 그는 한스 선생님에게 오늘 당장 문서들을 불사르라고 간곡하게 권유 아닌 강요를 했을 게 뻔했다. 여하튼 밤 10시, 그 이전엔 한스 선생님을.. 더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