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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3
예전 같으면, 방과 후에 수인이는 어김없이 나의 어깨 한쪽으로 메는 비닐 가방 속에 쪽지를 남기고 신발 한 짝이 벗겨진 지도 모르는 채 교문을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임시조회가 있는 날 후로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교장처럼 새들한테 잔혹하게 머리를 쪼여 처참하게 죽은 것은 아닐까?’
이런 별별 섬뜩한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그녀가 어디에 살고, 몇 반인지조차도 몰랐던 내 자신을 발견하면서, 또다시 조금씩 스스로를 가학하고 싶은 충동도 일었다. 수업을 마치고, 복도 오른쪽 끄트머리에서 나에게 달려왔던 그녀의 모습들이 일여 년의 짧은 시간도 못 채운 채, 마치 크고 날카로운 가위로 싹둑 잘리는 느낌이었다.
그녀가 내일도 나타나지 않으면, 교장처럼 ‘조변림 사건’으로 죽었다고 단정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녀와의 인연이 정녕 여기서 끊기는 건가. 사람의 인연이 이리도 가벼울 수 있단 말인가.
결국 그녀는 내 눈앞에서 멀어졌고, 축축했던 날, 살이 따가울 정도로 건조했던 날들의 기억들 속에 어느덧 서너 달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대학 입시 철이 조금씩 다가오면서, 어느 누구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스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만나서 대화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서 시시때때로 조변림 사건, 수인이의 행방 등에 대한 여러 궁금증이 폭발할 지경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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