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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Fantasy19]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8 “너 여기 왜 왔어?” 나는 뜻밖의 사람 목소리가 들려 당황해 하며, 대답을 머뭇거렸다. 큰 짐승 같은 괴물이 사람 목소리를 가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 머릿속이 하얗게 돼 버렸다. 그는 나의 대답이 떨어지기 직전에 갑자기 ‘쉿!’ 소리와 함께 자신의 입술에 수직으로 손가락을 갖다 대는 듯했다. 그러면서 강제로 내 얼굴과 머리에 뒤집어씌운 수건을 천천히 벗겨줬다. 예상대로 구내식당 오물 처리장이었다. 당근, 배추, 고등어가 한데 섞인 냄새가 내 코를 사정없이 찔러댔다. 코를 살짝 움켜쥐고, 서서히 눈을 떴다. 나는 떨어뜨렸던 고개를 들어 사람만한 박쥐일 것 같은 얼굴을 눈여겨 쳐다봤다. ‘이게 웬일인가…… 한… .. 더보기
[Social Fantasy18]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7 머뭇거리다가 벌써 텔레비전 디지털시계가 9시 31분을 표시하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새떼 죽음을 보도한 기자처럼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만일을 위해서라도 조그마한 칼을 챙겼다. 호신용으로 쓸 생각이었다. 한 손에는 손전등을 쥐었다. 만에 하나 비밀의 문 중간에 손전등의 불이 꺼지기라도 하면, 암흑의 천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가는 도중에 손가락만 한 크기의 건전지 두 개도 구입했다. 아직까지 비밀의 문 주변의 공사가 한창인지라 신발에 혹시나 못이 박힐까 정신을 더욱더 가다듬었다. 다행히 가로등의 환한 불빛들과 반딧불 여럿이 나를 보호해주는 듯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하수구 입구에 천천히 들어섰다. 이곳은 .. 더보기
[Social Fantasy17]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6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를 빠져나가는 때가…… 아마도 한산하고 어둑한 늦은 밤쯤이 될 거야. 한스 선생님은 그때 쥐도 새도 모르게 그 문서들을 불사를 게 분명해!’ 아무리 빨라도 귀뚜라미 여러 마리가 요란스럽게 울어대는 오늘 밤 10시가 넘어가면, 대부분의 비밀문서들이 시커먼 잿더미가 될 듯싶었다. 늦게까지 이어지는 졸업반 학생들의 야간 자율학습이 그때 끝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장도 뭔지 알 수 없는 여러 우려되는 문제들의 씨앗을 가급적이면 빨리 싹둑 자르고 싶을 테니까. 그는 한스 선생님에게 오늘 당장 문서들을 불사르라고 간곡하게 권유 아닌 강요를 했을 게 뻔했다. 여하튼 밤 10시, 그 이전엔 한스 선생님을.. 더보기
[Social Fantasy16]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5 “그가 한스를 만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암살자처럼 냉정한 얼굴을 한 젊은이가 입술을 바르르 떨며, 돌계단 위쪽에 있는 상관에게 비밀스러운 정보를 건네주고 있었다. 그 젊은이는 두꺼운 붉은 가죽옷을 입고 있었고, 숱 많은 머리에서 투구를 벗어 오른손에 들었다. 그의 하체는 상체만큼 우람하고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적의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했는지 얼굴 왼쪽 관자놀이엔 칼자국이 깊게 나 있었고, 같은 쪽 어깨에도 누런 흰색 붕대가 감겨 있었다. 마치 전쟁 일선에 갓 선임된 연륜이 적은 공격 대장처럼 보였다. 여왕의 자태를 뽐내는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는 한참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 “그의 열정을 억누를 수는.. 더보기
[Social Fantasy15]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4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멀리서 보였다. 그녀는 하늘거리는 니트 티가 잘 어울렸고, 키가 아담하며 자태도 고았다. 게다가 학자풍도 그녀의 몸에 담뿍 배어 있는 듯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자태는 둘러싸여 있는 책들과도 제법 어울려 보였다. 가까이서 보더라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눈코입이 오목조목한 게 수줍은 공주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가끔 낯간지럽게 ‘공주 선생님’이라는 애칭을 써가며 책을 빌려 가곤 했다. 그런데 이 급한 순간에 그녀는 퇴근하려고 가방을 바삐 챙기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 앞으로 뛰어갔다. 일부러 나는 더 조바심 내며, 남자답지 못하게 애교 섞인 말로 간곡히 부탁했다. “공주 선생님,.. 더보기
[Social Fantasy14]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3 나는 냉큼 문 앞에 걸려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잔뜩 빼어 들었다. 그걸로 털이 덥수룩한 내 다리와 엉덩이를 이리저리 대충 닦아냈다. 하지만 털 속의 남은 배설 찌꺼기와 냄새만큼은 지우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시간이 쉴 새 없이 흘러가고 있는 터라, 찜찜한 채로 곧장 교실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늦게 들어가기라도 하면, 히스테릭한 로즌 선생님의 잔소리를 이겨낼 자신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이러한 어설픈 나의 판단은 내 자신을 더욱더 곤욕스럽게 했다. 학급 친구들뿐 아니라, 로즌 선생님도 미처 말끔히 지우지 못한 내 몸의 똥냄새 때문에, 코를 두 손으로 쥐어 잡고 난리가 난 것이다. 다들 나보고 들어오지도 말고 똥냄새부.. 더보기
[Social Fantasy13]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2 초롱초롱한 옅은 하늘색 눈동자에 코가 유난히 뾰족한 로즌 선생님이 여느 때와 달리 첫 시간부터 골머리가 아픈 등차, 등비수열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마치 하릴없는 귀족들의 난해한 숫자놀음에 불과해 보였다. 게다가 수업 진도도 무지하게 빨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이미 수학자들의 몸을 하나씩 펄펄 끓는 물에 담금질하고 있었고, 로즌 선생님도 절대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한숨만 절로 나왔다. 그나마 등차수열은 쉽게 따라갈 수 있었지만, 등비수열 계차수열의 설명을 연이어 들을 때는 외계언어 같아 내 머리가 도저히 따라가지 못했다. 아랫배조차 편치 않았다. 로즌 선생님이 잘 가르.. 더보기
[Social Fantasy12]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제2장 숲 속 비밀을 알게 된다면 1 “아침이야, 또 학교 늦겠다. 어서 일어나라니까!” “휴……” 다행히 어머니였다.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늘 그랬듯이 또 틀에 박힌 일상이 시작되고 있는 거였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조금이라도 지각하는 꼴을 못 봤다. 그녀는 5분 정도 지각하는 학생이라도 교실 뒤로 내보내 수업 내내 손들고 서 있게 한다는데. ‘ 가끔은 자상하기도 하지만…… 얄미운 엄마다!’ 그래도 그녀의 카랑카랑한 으름장 놓는 목소리에 내 눈이 번쩍 띄었다. 악몽에서 벗어났다고나 할까. 진청 재킷에 흰 스카프를 목에 두른 그녀는 내 방에 성큼성큼 들어오더니, 창문을 활짝 열고 붉은 톤의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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