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발자취 자료 20
‘범여권 응집’ 판타 레이
(舊 제목: 박의 거부권행사, 범여권 응집 판타레이)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CJI 연구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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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는 항상 변한다. 이렇게 일정한 모습으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창한 그리스 식민도시 에페소스 왕족가문의 사상가 헤라클레이토스가 있었다. 이 같은 그의 내용은 ‘만물은 유전한다(panta rhei, 판타 레이)’라는 말로 우리의 귀에 익숙하다. 대부분 일들에 변화를 예고한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흐르지 않는 썩은 고인 물에 아무도 자신의 발을 담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기득권, 전통이나 혹은 정통을 지키려는 보수라도 겪을 수밖에 없는 만물의 이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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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이었다. 갑작스레 고인 물을 청산이라도 하듯, 당 내 외부를 비판해오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연설이 정가의 초관심사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기존 여권의 기조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기득권 세력 편에 서지 않으려는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다. 유토피아를 갈망하는 종교적인 설파와 흡사했다. 유 원내대표는 기득권,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닌, 고통 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당시 보수진보 언론 할 것 없이 논평이나 칼럼마저도 그가 대통령과 여당의 주요 정책을 공격했다며,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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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새 바람임엔 분명했다. 여당내부가 반쪽으로 쪼개지듯, 유 원내대표 정책 사상에 적잖은 이견과 반론도 있었다. 조직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며, 유 원내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상황까지 치닫고 말았다. 조직의 배신자로 한순간 낙인이 찍히면서 유 원내대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와 중에 삼권분립의 훼손 등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국회법이 오는 6일 재의, 자동 폐기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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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한다는 문구를 갖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이 박근혜 정부의 심기를 잘 못 건들은 모양이다. 심지어 최근 국회의 입법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악화된 여론도 등에 업었다. 한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이런 생각은 국회의 권한을 축소시키려는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와 맞물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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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부분의 일들이 이렇게 단순하게만 굴러가겠는가. 정부의 유 원내대표 때리기에 대해 당내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친박(親朴) 비박(非朴)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마치 당이 쪼개질 것만 같은 태풍전야 같았다. 그런데 왠지 수상하지 않은가?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도 그렇고 향후 거처도 불확실하다. 그리고 이와 상관없이 민생 안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려는 정부와 당내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거꾸로 야권과 진보 저널에서 유 원내대표 띄우기가 이뤄지면서, 유 대표가 일약 스타덤으로 올라섰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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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말미암아 일순간 집권 여당의 보수성 뿐 아니라 민생 챙기기의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작용됐다. 마치 전지전능한 신이 된 양, 기득권 세력을 포함해 모든 이의 구세주격인 거대 집권 여당으로 발 빠르게 탈바꿈되고 있었다. 정부와 여권이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말이다. 정부의 메르스의 사태 등의 책임 실추가 있었다면, 한 번에 만회 되는 분위기로 급선회되고 있다고 봐도 이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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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조직을 이원화 혹은 다원화로 분산시킨 이미지가 헤라클레이토스의 만물 유전이 한껏 적용된 것 같았다. 기득권도 보장하며, 게다가 민생까지도 챙기는 거대 집권여당으로 유전하며, 일정한 모습으로 멈춰 있지 않게 흘러 간 것이다. 마치 이에 휘말린 듯 야권이나 자칭 진보 언론은 자신도 모르게 유 원내대표와 관련해 여권 칭찬일색으로 급변하고만 격이 돼 버렸다. 여권의 분열된 이미지에서 조금만 더 강한 응집력만 발휘한다면, 당이 원하는 정책법안쯤이야 쉽게 처리시킬 환경이 조성된 격이 아니겠는가.
2015년 7월 CJI 연구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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