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발자취 자료 13
언론탄압은 ‘편 만들기’ 전술카드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CJI 연구소 운영위원장
언론이 이명박 정부의 탄압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일부 특정언론사에 국한된 탄압이라서 왠지 정부 의도가 수상해 보인다. 한 사건에 대해 제3자 입장에서 그 이면을 조망해 보는 ‘메타적 관점’이라는 게 있다. YTN 노조위원장 구속, MBC PD 체포수사, 그리고 같은 방송사 뉴스데스크의 앵커 전격교체 등의 일련의 사건들을 이 관점으로 풀이해 보면 실감난다.
지난 4월초 YTN 낙하산 사장에 대해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노조위원장이 구속됐다가 석방됐다. 이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 PD들이 검찰에 줄소환됐다. 게다가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클로징멘트로 알려진 인기 앵커도 중도 하차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야권과 진보학자들은 정부의 ‘언론탄압’이라며 민주주의 위기를 지적하고, 거센 비난을 담은 성명까지 발표하고 나섰다.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는 언론. 이를 이명박 정부가 ‘쥐락펴락’하는 모습은 겉보기엔 언론 탄압으로만 비춰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속내에는 정부의 또 다른 의도가 감춰져 있을 것으로 보이는 여러 정황이 포착된다. 숨은 그림 찾기라고나 할까.
정부가 MBC YTN 등 언론사에 대해선 외압을 행사해왔는지 모른다. 반면에 거대신문사 등에는 정부의 간섭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 이 신문들은 권력의 부당한 언론탄압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사실들은 진보 보수를 떠나 제3자 입장에서 더 깊은 속 의미를 조망하고 싶은 호기심으로 견딜 수 없게 만든다. 정부가 특정언론사에 가하는 외압행사를 단지 국민의 알권리나 도덕적인 잣대로만 판단한다면, 정부의 감춰진 의도를 놓치게 될 것이다.
예컨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대통령 지지율 40%를 국정운영 실패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도 정부의 지지율은 여기에 못 미쳐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도덕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기편을 만들기 위하여 특정언론사를 탄압하는 식의 조바심을 낸 게 아니냐 라는 분석이 나올만하다. 탄압을 통한 ‘편 가르기’만큼 지지율을 높이는 특효약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실업과 고물가로 급락했던 국정운영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언론 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특정언론사에 대해 ‘언론탄압’이라는 피상적인 전술로 여론의 편을 가르고 있다는 풀이에 무게가 실린다.
과거 역대 정부 때는 국정운영 지지율이 떨어지면, 기자실 통폐합이나 특정언론과의 전쟁 등의 편 가르기로 지지율을 회복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도 급기야 임기 초부터 잇따른 실추된 국정운영으로 탄핵위기에 몰렸다. 이 때문에 이 정부는 과거의 정부 때처럼 특정언론사의 흠집을 잡아 길들이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당연히 언론 콘텐츠는 속성상 완벽하지 못하다. MBC PD수첩의 시사프로그램 등도 제작과정에서 수사권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한계에 봉착해왔다. 이러한 언론의 모순을 들쳐 내며, 형사처벌까지 하려는 검찰수사 모습은 쉽게 납득 가지 않는 부분이다. 언론에 형사처벌까지 가하는 나라는 드물다. 정부도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임기가 올 8월까지 이다. 정부는 방문진 이사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추천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치고 싶지 않을 듯싶다. MBC 사장의 경우는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어서, 정치적인 외압과 공영성 갈등에 골머리가 아플 것이다. 마침내 정부의 MBC에 대한 외압은 내분을 일으키게 하여 기자 PD와 경영진을 분리시키게 만든다. 이 대목에서 언론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한 전술임을 엿볼 수 있다. 이로써 방송사 소유규제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미디어법 처리에 있어서도 MBC 등의 주된 걸림돌을 넘어서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관측된다.
어쨌든 이 같은 이유들이 있어서 이명박 정부가 ‘언론 편 만들기’로 지지율을 높여 원활하게 정책기조를 실현할 수 있을 지를, 넋 놓고만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이다. 언론통제 권력이 우리 미래까지도 지배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러하다.
국립부경대 신문시론 2009월 4월 CJI 연구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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