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발자취 자료 10
메르스의 언론학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CJI 연구소 운영위원장
중동호흡기질환이라고 일컫는 ‘메르스’는 지금도 여전히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현재 실시간으로 메르스 사망자, 확진자 수를 전하고 있지만, 이대로 간다면, 계속해서 늘어나는 수치를 발표할 거라고 예상되네요. 신문과 방송, 통신사들, 인터넷포털검색 사이트 대부분도 연일 1면과 헤드라인을 이 같은 경마식 메르스 보도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고요.
여야, 보수 진보할 것 없이 모두가 메르스 보도를 소홀히 다루는 언론에겐 급기야 비난의 날을 세우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젠 누구에게나 메르스는 마스크를 쓸 정도로 공포 그 자체이고, 이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보이지 않는 메르스 바이러스만이 차지하게 되었죠. 심지어 의학전문가인 의료진조차도 확진자가 되었다는 보도가 매순간 터져 나오면서, 메르스의 공포를 의심할 수 없게 되었답니다.
미디어의 효과 이론 가운데 탄환이론이라는 걸 아시나요?
이 효과이론을 적용하게 되면, 미디어가 총알과 같이 즉각적이고 강력한 힘을 갖듯, 대중은 어느새 메르스 공포에 시달리다 못해 세뇌되고 말았다는 거죠.
메르스가 창궐한지 며칠 만에 사망자수가 24일 현재 27명이나 됐고, 꾸준히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당연히 메르스는 사람 잡는 공포의 악령 아닌가요? 그걸 부정적인 어휘인 세뇌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고인께 삼가 명복을 빌며, 죄송합니다.
당연히 보수든 진보영역이든, 심지어 의료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사망자와 거대 규모의 격리대상자 수를 주목하며,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 메르스 보도의 정당성을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메르스의 사태를 방관하거나 소홀히 하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어느덧 강력한 태풍이 몰아치듯 수동적으로 정보의 진위를 검토할 여유도 없이 다른 이슈와 의제는 우리들의 머릿속에서 실종되고 말았다는 겁니다.
이때 간과해서는 안 될 게 있어요. 논란이 되고 있는 휴대폰 SNS 감청법 발의, 학교교육의 범위를 규정 질 수 있는 EBS 수능 간접연계,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이 그것입니다. 또 메르스 사태 바로직전, 결핵의 공포로 휴교한 학교도 있었고요.
이밖에도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생존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민생 정책안들이 우리의 귀에 잘 들려오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정부는 메르스 만연으로 경기가 바닥을 치는 이 시점에 서울 경기 인천 등 대중교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죠. 방만한 공공기관의 경영 탓을 이때 지적해야 되는 데 말입니다. 분명 정부의 보이지 않는 공로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이와 중에 영리병원인 삼성병원이 메르스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허브역할을 지적받으면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정부의 전염병 확산을 막는 공중보건의 의무와 능력 평가 대신, 영리병원이 알아서 머리를 숙인 격이 아닐는지요.
2015년 6월 CJI 연구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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