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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Commuication & Jornalism

[언론의 발자취 자료 4]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 안철수의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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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발자취 자료 4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 안철수의 ‘상식’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CJI 연구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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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기자시절 공정치 못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기사가 아니고 사진이었다. 주변 다른 인물들의 사진 크기보다 현재 정당 대표로 있는 이모 의원을 조금 더 큰 사이즈로 신문에 게재했던 것이다. 그 당시 이모 의원은 대선후보로 나올 정도로 지지율이 높았고, 대중들 사이에서도 아이돌 스타 같은 인기를 누렸다. 나도 모르게 공정성을 유지해야할 기자 신분을 순간 망각한 채, 이 같은 일이 행해졌다. 기자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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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장도 발견 못 하고 그날 신문은 나오고 말았다. 그리고는 여러 홍역을 치렀다. 편집장은 윗선 편집인들에게 불려갔고, 나는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이 일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편집국의 전화가 불이 날정도로 이 곳 저 곳에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모 의원 신문이냐, 그게 언론의 당파성이냐’는 비아냥거림은 당연한 거였고, 언론중재위 등에 고소하겠다는 거센 불만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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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 기자들은 마감에 쫓기며 급하게 신문 제작을 하느라, 이 같은 사고는 심심찮게 발생한다. 하지만 이건 신문사측에선 위로가 되지 못한다. 단순한 오보가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마침내 오보의 여파는 피해자가 겪지 말아야 할 고통을 줄 뿐 아니라, 그에게 억대 단위의 돈을 지불하는 일도 벌어져서다.

 이로 인해 언론은 공정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클럽의 시장 가격을 22억4천만 달러로 평가 한 적이 있다. 박지성 선수가 있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렇게 평가를 받았다. 만일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과연 얼마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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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하면, 이 돈으로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언론의 보도로 사람과 기업의 사활, 그리고 권력의 이동이 좌지우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언론은 더욱더 막강해지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 디지털TV 등이 대중화되면서, 실시간으로 언론보도가 우리의 생각과 관점 속으로도 파고들어오고 있다. 언론이 나의 머리를 향해 총을 쏘듯, 세뇌시키고 있다. 이러다가는 우리의 나라님도 언론으로 결정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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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선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SBS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이를 두고 아직도 말이 많다. 이 중에 가장 대표적인 말들은 ‘공정성의 상실’과 ‘안 원장의 상식파 라는 발언논란’이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힐링캠프에 안 원장을 포함해, 대선주자 몇 명만을 출연시키는 것은 ‘편파적 방송’이라는 것. 그것도 그의 책이 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방영된 것이라서 순수성도 보장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치 내가 예전에 주변 다른 인물들의 사진 크기보다 이모 의원을 조금 더 큰 사이즈로 신문에 게재 한 것처럼 공정치 못하다는 비판이다. 심지어 안 원장은 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진보와 보수가 아닌 ‘상식파’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여러 해석이 난무한다. 긍정적인 평가로는 정치권의 편 가르기를 거부하고, 대선 직전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좌와 우를 포괄하는 대연정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정치 아마추어 등장이라는 분석도 당연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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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안 원장은 ‘상식파’라는 추상적인 입장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진보당이 집권해 보수당과 화합한 스웨덴과, 그 반대로 집권한 보수가 진보의 의견을 수용해 복지를 만들어낸 독일식 정치를 하나의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과거 정부 때도 보수 진보를 하나로 아우르는 대연정은 당시 집권당 내부에서 조차도 환영을 받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언론들은 앞 다퉈 국민의 지지율을 높이는 하나의 정치적인 도구로 대연정을 평가했고, 어느 당에게 유리한지, 계산하고 있었던 게 기억난다. 결국 우리 정치사에서는 대연정의 성공 가능성은 회의적이다. 상식적으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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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원장이 지금부터라도 대선주자로 달리고 싶다면, ‘상식, 비상식’이라는 정치사적으로 애매모호한 근거 없는 잣대를 거둬내야 한다. 그래야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을 거라는 오해가 사라질 것이다. 더욱이 세상일이 상식처럼 돌아갔다면, 복잡하고 난해한 학문이 왜 있고, 법정과 감옥이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안철수 때리기’라는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 그리고 걱정 말라. 아직 늦지는 않았다. 새로운 시대와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이 아직도 위선적이지 않은 안 원장같은 순수한 인물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상식의 의미가 진보와 보수의 갈림길에서 좌, 우를 포괄하는 대연정을 이뤄 나가는 발언이었다면, 이제라도 구체적인 방법과 대안을 밝히고 겸허히 그것에 대한 비판과 찬사를 수용하길 바란다. 그다음에 진심으로 국민의 마음을 위로해 줘야한다.

 우리 국민들은 겉으로 멋지게 포장된 정치적인 애매모호한 사탕발림의 발언에 너무 많이 속아 지쳤기 때문이다.

 

2012,7.

CJI 연구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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