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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Commuication & Jornalism

[언론의 발자취 자료 6] 이명박과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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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발자취 자료 6

이명박과 EBS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CJI 연구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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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3 교실에서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수능교재를 들고 강의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쉽게 목격된다. 다른 출판사의 교재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고3 수험생의 책상에도 당연히 수능완성 등 EBS교재가 즐비하게 놓여있다.

 이 같은 광경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올해만큼은 수능과 EBS 연계율의 실질적인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지난해는 수능과 EBS의 연계율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함께 정부 교육정책 신뢰도가 바닥을 헤매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때 수능과 EBS 연계율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게다가 지난 6월 수능모의고사에서도 EBS 교재 지문이 그대로 인용되는 등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의지가 드러났다. EBS교재는 살 수 밖에 없는 ‘수능의 바이블’처럼 여겨질 정도가 됐다. EBS 교재 연계를 통해 사교육비를 절감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배어나온 것이다.

  그러나 정책 효과는 수능과 EBS의 연계를 통한 사교육비절감 등의 취지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치닫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의도하지 않은 여러 부작용이 모락모락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될 판이다.

  이미 알다시피, 감사원은 EBS가 2010년도 수능교재 320종류에 대해 총 55억 원을 정가보다 과다 책정했고, 2011년도 교재 역시 74억 원을 정가보다 높게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EBS 수능 교재 수십 권에서 수능 문제가 연계 된다’는 숨은 논리로 과다 책정한 교재 값이 고스란히 수험생의 부담이 되어 버렸다.

  이뿐이 아니다. ‘문화 창달’ 이라는 출판의 목표는 사라지고 있다. 서점에 가보면, 짜깁기한 듯한 수능기출문제집과 ‘EBS교재' 만이 불티나게 팔린다. 대학을 잘 가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많은 교양서를 읽기보다는 EBS문제집을 보라는 우스개 조언도 등장할 듯싶다. 양서라고 일컫는 학술서 문학서 등은 먼지가 뽀얗게 앉아 고객을 외면한지 오래다. EBS교재보다 문제가 창의적이고 교육적이라는 참고서 문제집도 판매율이 예전보다 못하다. 가뜩이나 죽어가는 출판 산업에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게 마법의 주문까지 걸어놓은 격이 아닐까. ‘EBS 교재의 독점’ 이라는 오명으로 질타를 받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또 변별력에도 문제가 생겼다. 예컨대 평소에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아 왔던 한 학생이 EBS교재가 연계된 지난 6월 수능모의고사에서는 한 과목을 90점을 넘기고도 저조한 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한 두 문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기계식 풀이과정’이 대학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례이외에도 학교보다는 EBS의 의존도가 높아져 굳이 학교 갈 이유도 사라질 지경이다. 교사의 권위가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

  대입시험 이후 이 같은 부작용들은 학부모, 수험생들 뿐 아니라, 연관된 여러 분야에서 고스란히 떠 앉게 될 판이다. 그렇다고 해서 심사숙고한 정부 정책의 취지만큼은 문제 삼겠다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린 정책 취지가 교육현장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로는 역부족일 수 있어 안타까운 것이다. 수능과 EBS의 연계율을 50% 정도로 줄여보자. EBS교재의 문제가 아직까지는 타사 교재 보다 절대적인 양질의 문제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실정인데다가, 교단의 권위도 지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2011년 7월 CJI 연구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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