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I 산책
거꾸로 세상을 본다면
학교 성적표 & 월급 명세서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CJI 연구소 운영위원장
당신의 자녀가 학교 성적표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뭐라고 이들에게 말할 건가요?
얼른 보여달라며, 호통을 칠 경우가 많겠죠.
하지만 자녀는 당신의 성적표일 수 있는 '월급 명세서'를 보여달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보여달라고 떼를 쓴다면, 버릇이 없는 아이로 어느새 둔갑해 버린답니다.
우리가 평상시 '보호자와 피보호자'라는 나름의 물러설 수 없는 권위에 대해 간혹 틀릴 수 있다거나, 무엇이 옳은지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서일까요? 자녀가 당신의 과거 학창시절 성적표를 보여달라고 강요한다면, 뭐라고 할 건가요?
논리와 감정, 혹은 권위의 맞대결을 보는 듯합니다.
방과후 교실 청소도 또 하나의 사례가 됩니다. 청소는 학생의 몫이 됩니다. 쉬는 시간의 칠판 관리는 당연히 자연스럽게 학생 당번의 책임으로 되어 있고요. 이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선생님에게 혼 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학생은 학교에 교육비를 내고 학교 관리도 자신의 의무가 되고 만 것입니다.
학생들이 학교 교실 청소를 선생님이 하는 게 맞다고 한다면, 선생님은 뭐라고 할까요? 교과 과정에도 없는 학교 청소가 교육의 목적이라고 응대하겠죠. 하지만 논란은 끊임없이 일어날 것입니다. 결국 학생의 몫이 되고 맙니다. 학생이 참는 거겠죠. 교사가 써 주는 학생부의 좋은 평가를 위해서 말입니다.
이뿐이겠습니까. 아이들은 웃어른을 보면 먼저 인사를 해야합니다. 웃어른이 먼저 인사할 수 있는 데 말이죠.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린 조직 생활을 하게 됩니다. 조직사회엔 또 다른 계급이나, 직책이 존재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자녀와 비슷한 나이에 있는 상관에게 먼저 인사를 해야 한답니다. 그들의 명령을 들어야 하고요.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논리는 사회적 조직에선 사라집니다. 오로지 계급 직책이 기준 잣대 입니다.
당신 자신의 모순에 스스로 함정을 파는 격일 듯 싶습니다.
상황에 따라 나이 직책 성별 경제력 등이 아마도 '나와 너는 다르다' 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되나 봅니다.
이젠 거꾸로 세상을 보고싶지는 않나요?
교실 청소를 교장 교감 교사가 합니다.
칠판 관리도 교장 교감 교사가 합니다.
먼저 학생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넵니다.
학교 성적표를 보여 달라는 말 보다, 먼저 지나온 당신 자신의 삶을 말해줍니다.
월급 명세서가 자녀에겐 학교 성적표일 수 있다는 그런 생각들로 바꿔봅니다.
자녀가 더 현명할 수 있고, 학생이 부모 선생의 능력을 능가하기도 한답니다.
정치인이 공무원 보다 못한 경우는 비일비재하고요. 지금과 다르게 거꾸로 세상을 본다면, 잃을 게 많을까요?
자녀의 마음을 얻고, 학생의 마음을 얻고, 동료, 상관 부하의 마음, 더 나아가 민심도 어느덧 당신에게 다가갈 겁니다. 절대 거꾸로 보지 않으려는 지금의 세상보다는요.
CJI 연구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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