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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Commuication & Jornalism

[언론의 발자취 자료 11] 미디어법 딜레마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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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발자취 자료 11

미디어법 딜레마의 해법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CJI 연구소 운영위원장


  서로 충돌하는 두 개의 대안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취할 때 생기는 기회손실은 크다. 상대방에게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결론이 돌출돼, 어느 한 사안을 선택하기 곤란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를 ‘딜레마’라고 일컫는다.

  지난해 12월초 여권이 내놓은 미디어법 개정안으로 연초부터 여야가 대치 국면을 보이며, 이 같은 딜레마 상황이 극명하게 표출됐다. 개정안 중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규제완화 방안이 쟁점의 핵심으로 등장됐다. 여야는 이를 둘러싸고 ‘경제적 효과 창출’과 ‘자본 논리로 언론장악 의도’라는 상반된 평가들을 내놓으며 반목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여야가 이익을 타협하고 조정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딜레마 상황에서는 한 대안을 선택할 수밖에는 없다. 특히 법과 제도는 더욱 그러하다.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단지 선택을 최대한 보류하거나 지연하게 한다. 그 단계가 지난 3월2일이었다. 이날 여야가 합의한 사회적 논의기구로 100일 동안 여론수렴 후 표결처리 한다는 명목이 생겼다. 다행히 대치해 온 여야 모두 한숨 돌릴 시간을 벌게 됐지만, 실제적으로는 이 논의기구가 의결기구가 아니라서 실효성에는 적지 않은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딜레마 속성상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오는 4.29재보선에서 민심을 크게 상실하지 않는 한, 경제논리를 앞세워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한 대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미디어법과 같은 사안은 밀어붙이기식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가 없어서이다.

  그렇다면 왜 신문사 등에 지상파 방송을 허용하는 미디어법 개정안이 딜레마 상황을 연출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적인 효과를 중시하느냐’, 아니면 ‘다양한 여론 스펙트럼 매체를 지켜내느냐’ 라는 가치의 갈등구조 때문이다. 대개 광고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거대신문사들은 갈수록 독자들이 인쇄신문보다는 영상매체인 방송 등에 의존도가 높은 탓에, 광고게재 횟수가 줄고 있음을 한탄한다. 심지어 광고단가도 하락하고 있다. 더욱이 대기업도 세계경제 흐름이 안 좋은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경기불황이 지속되면, 구조조정이나 극심한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여당은 이들의 사회적인 영향력을 감안해 방송진입 규제완화의 칼을 들었다. 이를 통해 방송시장에 자본투입과 경쟁으로 질 높은 콘텐츠 뿐 아니라 광고단가를 올리게 함으로써, 신문사 대기업 방송사가 모두 상생하는 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언론사의 경영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의도가 담긴 대목이다.

  이처럼 겉보기에는 정부 여당의 논리가 딜레마를 연출하지 않는 정답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 미디어법 개정으로 지상파 방송까지 진입해 실질적 이익을 누릴 거대신문사나 대기업들. 이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시장에 참여한다면, 여론을 독점화하여 공정한 여론형성이 훼손될 우려가 한층 더 높아진다. 급기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언론사들이 자본잠식으로 회생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미디어법 개정안은 현 정권을 재창출하고 보호해줄 거대 언론사들만을 살리기 위한 법안이라는 해석도 낳게 했다.

  어쨌든 미디어 융합이 현실로 다가오는데, 한 번도 미디어소유규제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고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전망만 왈가왈부하는 것도 딜레마 상황으로 치닫는 데 한몫하고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서야’ 라는 식의 배짱으로 한번쯤 소유규제완화를 해보고, 국민이 외면하면 미디어법을 재개정할 수 있는 딜레마 정면 돌파 해법도 나올만하다.

  한편 미디어법 딜레마를 억지로라도 풀고 싶다면, 정치적인 문제는 뒤로하고 언론사들의 고장 난 광고 의존형 수익 구조에서 먼저 해법요소를 발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방송의 수익원천인 광고시장은 광고단가를 상승시킬 수는 있어도 지속적으로 광고파이는 위축되고 있다는 신뢰할만한 보고들이 나오고 있다. 축소되고 있는 광고시장은 정책입안자들의 의도를 저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언론사들이 수익원 창출을 소극적으로 한다면, 방송진입 규제완화로 언론환경을 개선한다 해도 마침내 광고파이 한계로 정론직필의 위기와 함께 모든 것이 일순간의 물거품이 될 게 뻔하다. 

2009년 3월16일자 국립부경대 신문시론

CJI 연구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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