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에필로그
마음씨가 너그럽고 지적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자가 새를 다루는 솜씨가 마치 일류급 조류 조련사 같았다. 언뜻 보기엔 학자의 얼굴을 하고 있어 어울려 보이지는 않았다.
그의 머리 위를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수십 마리의 새들이 갑작스럽게 싸늘한 기풍을 느꼈는지, 그를 에워 감싸 보호했다.
그 순간 검은색 세단 중형 차량이 어둠 속을 뚫고 나타났다. 이 자동차는 망설임도 없이 옅은 라임 빛의 전조등을 밝히며 온화한 얼굴의 이 중년 남자에게 다가와 멈춰 섰다.
국가기밀 정보원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남자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차 뒷좌석에서 내려 그에게 가까이 갔다. 그 남자는 중년 남자의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이더니, 급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중년 남자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사나운 기운만이 얼굴에 가득 차올라왔다.
급작스러운 돌변이었다.
“공격해! 갈기갈기 찢어버려!”
차마 그의 입엔 담기 힘든 이런 말들이 연거푸 새들을 향해 쏟아냈다.
그를 에워 감싼 새들이 이 말들을 알아들은 모양이다. 새들은 며칠씩 굶주린 독수리처럼 먹이를 발견한 듯, 대상을 찾아 맹렬히 그의 머리와 피부 가죽을 쪼아댔다.
하나는 차를 급히 몰고 가다가 새들의 공격으로 가드 라인에 부딪히더니 그 자리에서 급정거했다. 내 또래쯤 되어 보이는 하얀 우윳빛 피부의 여자아이는 멈춰 선 그 차량의 운전석으로 다가가, 자신의 날개로 낯익은 누군가의 가슴팍을 인정사정없이 찢어버렸다. 아이는 우는 것도 잊은 채, 거칠게 뒤덮인 야생포도 줄기 속을 향해 뒤돌아보는 순간, 그 아이의 얼굴은 주름진 얼굴로 돌변했고 한쪽 손에는 새순이 돋은 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다른 하나가 절벽에 있을 때도 그 하얀 우윳빛 피부의 여자아이는 그의 등을 밀어 떨어뜨리자마자, 급히 지팡이를 들고 높이 날아올랐다. 나머지들도 별반 다르지 않게 죽어 갔다.
그들은 한마디의 변명도 못한 채, 비명만 지르고 저세상으로 가버린 것이다. 그들 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은 새들의 깃털뿐이었다.
천공에서 코를 ‘횡' 풀면서 여유롭게 이를 지켜보던 호전적인 젊은 두 남자가 기겁하여 그들의 요새로 뒷걸음쳐 질주했다. 그 아래 갈대 속에서 비밀스러운 진한 포옹을 나누고 있던 서영이와 말을 탄 장군 조각상을 닮은 젊은 남자도, 가깝게 들려온 비명에 놀라 얼굴을 가려가며 허겁지겁 달아나기 바빴다. 그 남자는 언뜻 보기엔 무기거래상 아들 알미안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하얀 날개를 지닌 어린 여자아이는 이들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아이는 냉혈 인간처럼 야생포도 줄기 속으로 숨어 들어가 그 틈새로 이 모든 장면들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그러고 나서 아이는 휴대전화를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빼어 들어 누군가에게 밀고(密告)하듯 전화를 걸고는, 유리 구두 한 짝을 벗어 던지고 그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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