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4
페나들은 날개를 예리하게 세워 전투병들의 목을 향해 돌진해 가는 전술을 세웠다. 처음에는 이 전술이 적지 않은 효과를 봤다. 우리의 지칠 줄 모르는 공격으로 목에 잔뜩 피를 흘린 전투병의 동료들이 우리를 향해 총을 겨눠 발사를 했지만, 우리는 땅바닥에 몸을 굴려 피해 갔다. 페나들의 수도 자그마치 5천 정도여서 국가 전투병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활을 잘 쏜다는 궁수’가 전투기 유리창 틈새로 우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그 활이 내 신복 같은 부하의 가슴팍에 정통으로 꽂혔다. 눈을 뜨고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총령님, 부디……”
그는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전쟁의 승리를 바랐다. 나는 그를 향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몸에는 어느새 죽음의 독 기운이 퍼졌는지, 날개를 퍼드덕대지도 못하고 깊은 물속에 빠지듯 땅바닥으로 쭉 가라앉아 버렸다. 그는 나에게 칼 쓰는 법을 가르쳐 줬었는데. 내가 기술적으로 잘 못하더라도, 칼은 생명의 눈물과 한이 맺혀 있는 마음과 같은 것이라며, 칼의 도를 가르쳐 줄 정도로 삶의 의미를 소중히 생각한 무사였다.
그의 죽음은 전쟁의 의미를 상실시키기에 충분했다. 전쟁이 한참 전개되고 있을 때도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궁전 조각상 중에 군림하듯이 서 있던 영웅 하나가 목이 댕강 잘려나가면서, 이런 생각도 과거 시간 속에 묻혀버렸다. 칼을 잘 쓰는 국가 전투병들이 단도를 던진 게 조각상에 우연히 적중했던 것이다. 마치 내 목이 날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적잖은 화가 치밀어 올라왔고, 속마저 까맣게 타들어 갔다. 그때서야 정신이 바짝 들었다. 이 전쟁은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것이다. 전쟁이 팽팽하게 펼쳐지자, 마침내 한스 선생님은 나팔을 빼어 들었다. 그가 나팔을 불게 되면, 이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새가 등장한다고 했다. 이건 내가 페나들에게 들은 가장 믿을 수 있었던 말이었다.
“올 것이 왔어! 총령! 마음을 단단히 하고.”
실비아가 지친 목소리로 정색했다. 그와 중에도 그녀는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기를 주문했다.
수천의 하얀빛 날개의 페나들은 지레 겁먹었는지 공격하다 말고 뒤로 후퇴하고 있었다.
나는 몹시 안타까웠다. 이러다가 정말 몰살될 것만 같았다.
“이봐, 다들 물러서면 다 죽어! 침착하란 말이야! 초선 부대! 긴 칼을 단단히 세워!”
나는 훈련 받은 대로 명령을 쏟아냈다. 하지만 후방에 있는 페나들에게는 빈 메아리처럼 들린 것 같았다. 그들은 에메랄드 숲을 가로질러 산기슭 쪽으로 도망가기 바빴다. 열정만으로는 이 전쟁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모양이었다.
국가특공대가 투하한 포탄에 맞아 날개 잃은 페나들은 더 이상 날 수 없어 팔다리로 바삐 도망쳤다. 불행하게도 다리마저 다친 페나들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죽음만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간혹 살고자 팔로 기어가기도 하고, 한 다리를 잃어 피투성이 된 채로 껑충껑충 뛰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한스 선생님은 압승을 하고 있는데도 냉혈 인간처럼 망설임 없이 나팔을 또다시 불어댔다. 실비아의 말대로 정말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나무들이 소용돌이로 인해 뿌리째 뽑혀 멀리 날아갔고, 건물들도 산산조각 부서지면서 벽돌들이 이리저리 튀었다. 군중의 웅성거리는 소리, 황급히 뛰어가는 말발굽 소리도 요란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늙은 여인네의 구슬피 흐느끼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면서, 엄청 큰 새 두 마리가 저 멀리서 나타났다. 이것들은 괴물처럼 험상궂은데다가 강렬한 인상에 새 주둥이는 육식동물 같은 날카로운 이빨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무시무시하다는 ‘화식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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