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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Novel & BooK

[Social Fantasy53]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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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7

 

  전쟁 전야에 입맞춤을

 

1

 

 어느덧 시간은 흘러 한스 선생님이 선전포고한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인간을 이길 병법은 끝내 우리 손에 거머쥐지 못했다. 그가 보낸 무인정찰 헬기 덕분에, 목숨만은 부지했나, 싶을 정도로 자존심도 상해 있었다. 심지어 수인이를 페나의 카나리아로 여기는 소문도 떠돌았다. 하지만 증거는 불충분했다.

 그러다 보니 실비아는 수인이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려 그들을 본척만척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여러 고민들 잊기 위해서라도 나는 국정운영에 더 집중했고, 한 달여일 동안은 전쟁의 수장으로서 아무 말 없이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만 했다.

 긴 칼을 휘두르는 법, 예리한 날개로 공격하는 법, 그리고 전투병들과 회의하고 전략 세우는 법들을 날마다 밥 먹듯이 연습했다. 그리고 궁전의 각 부처별 불만들이 생기지 않도록 당정회의도 가졌다. 심지어 하얀빛 날개 달린 사람들이 전쟁 이전에 에메랄드빛의 날개를 갖고 있는 나와 실비아를 몰아낼 거라는 갖은 음모들이 있었지만, 헛소문으로 매듭졌다. 나는 궁전 밖에서 잠깐 머리도 식힐 겸 혼자 거닐다가 나의 어머니처럼 생긴 하얀빛 날개가 달린 중년 여인과 우연 결에 마주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는 자신이 들고 다니는 지팡이에 있는 잎사귀를 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내 건강이나, 심지어 나를 둘러싼 여러 음모에 대해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날개 달린 사람들은 국방부를 방어만 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의미로 군사부로 불렀다. 군사부는 내가 전쟁 훈련을 힘들어할 때마다,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나로서도 이 전쟁을 거부하거나, 나의 에메랄드빛의 날개를 스스로 자른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을 바꿀 수가 없던 거였다. 하늘의 모진 섭리였다. 이걸 인정해 갔다. 나는 에메랄드빛의 날개를 갖고 있는 왕족의 군사부 장관과 함께 전쟁에 참여하여 전 부대를 두지휘할 수밖에 없던 거였다.

 한스 선생님도 나처럼 총 책임자이다 보니,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고. 지혜가 출중한 그는 마침내 인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국가특공대를 쥐락펴락하기에 이르렀다.

 전쟁 하루 전날 밤은 진한 포도주를 생각나게 했다. 다들 긴장한 탓인지 간혹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옆방에서 들리는 듯했다. 밤새 마신 술통이 수천에 달했지만, 따져보면 한 사람당 포도주 두잔 정도의 분량이었다. 그만큼 전쟁에 참여하는 날개 달린 사람들의 수는 5천이 넘었다. 한스 선생님이 선전포고한 초저녁도 마침내 두 시간 채 남겨두지 않고 있었다. 연인들은 죽음을 예고한 듯 촉촉한 눈빛을 바라보며, 날개로 서로를 얼싸 안아 입맞춤해 주었다.

 아, 피를 부르는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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