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2
드디어 고즈넉이 석양이 지고 있었다. 에메랄드 숲은 바깥 세계와 차단된 지 오래였다. 일찌감치 국가 전투병들이 한 손엔 장총과 허리춤엔 칼을 차고 숲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게 보였다. 여분의 탄환도 잊지 않고 준비한 듯했다.
반 친구 세진이가 무슨 소식이라도 들었는지 숲 주변에 어물거리다가 총과 칼로 무장한 전투병들의 총부리에 놀라 허겁지겁 달아나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나와 눈이 우연히 마주쳤는지 한동안 멍하니 나를 쳐다보더니 불거진 눈시울을 훔치며 몸을 감춰버렸다. 세진이 말고도 그런 친구들이 여럿 됐다.
또 자신이 공주라도 된 것처럼 으스대던 우리 반의 아이돌 스타 여배우는 바쁜 방송촬영에라도 늦었는지, 어려 보이는 한 전투병의 손을 잡고 하소연하고 있었다. 그 전투병은 상관에게 무전기로 연락을 취하는 것 같더니만, 지프차 한 대가 그녀 앞에 섰다. 특혜처럼 보였다. 그녀는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인사하고는 그 지프차를 타고 멀리 가뭇없이 사라졌다. 아마도 방송국으로 빠져나가는 길까지 국가 전투병들이 가로막았나 보다.
그리고 매 수업시간마다 딴 짓 했던 서영이와 알미안. 이들이 불현듯 생각났다. 알미안에게 얼떨결에 맞은 아래턱이 쑤셔오는 듯했다.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길 바랐다. 그들은 이 시간에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날개 달린 종족’ 게임과 흥미 위주의 ‘무녀’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을 게 분명했다. 그게 정말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그들은 나에게 뭐라고 말할까. 심지어 내가 ‘페나의 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날엔 기절초풍할 노릇일 거다. 이때만큼은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련다.
그런데 불쌍하게도 새까만 한 박쥐 한 마리만은 가야 할 동굴을 못 찾았는지,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몹시 안타까웠다. 그 박쥐는 그만 한가롭게 담배 피우고 있던 전투병이 던진 단도에 맞아 그 자리에 푹 떨어지더니, 몸을 잠시 부르르 떨더니만 움직임조차 없었다. 아마도 그 박쥐는 죽었을 듯싶다. 앞으로 닥쳐올 내 운명이 아니길 빌고 싶을 뿐.
그러고는 어김없이 전쟁은 시작되고 말았다. 하늘도 의식했는지 맑은 오렌지 빛 하늘이 검푸른 하늘로 둔갑해 버렸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들꽃들도 머리를 푹 숙였다. 이 순간만큼은 오로지 죽음과 노동만이 신성해 보였다. 새롭게 창조되거나 출산한다는 것은 잔혹한 되새김질에 불과했다. 인간을 이길 병법도 환영처럼 내 손가락 사이로 불타오르며,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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