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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Novel & BooK

[Social Fantasy55]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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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3

 

 “발사!”

 한스 선생님의 어김없는 명령이 떨어지자, 창조와 출산의 가치는 땅에 파묻혀 버리고 죽음만이 엄습해 왔다.

 텅 빈 천공 위로 공포탄이 3발정도 큰 광음을 내며 발사됐다. 군악대의 백파이프 소리도 뒤따른 듯했다. 공포탄에 반사되는 빛줄기로 주변에 황갈색 벽돌 건물들이 한껏 빛을 발했다.

 우릴 보고는 전쟁하기 전에 이처럼 오묘하면서도 잔혹한 신비를 맘껏 즐기고 나서 백기를 들고 항복하라는 메시지 같았다. 우연찮게 저 멀리 바닷가가 보였다. 국방부는 해상 전쟁도 대비했는지, 고기잡이 큰 어선 뒤에 항공모함도 쉽게 눈에 들어왔다. 인적 드문 갯벌에는 무장한 공군들과 해군들이 벌써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이것들은 아군의 진지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이곳에서 놀았던 유년 시절의 전쟁놀이가 이제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전쟁으로 급격하게 변모된 거였다.

 “기죽지 마!”

 “그럼, 당연하지…….”

 “, 저들의 목을 힘껏 베어버리겠어!”

 페나들이 서로 격려하며, 목숨까지 걸 기세로 의지를 다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군사부 장관도 성스러운 전쟁임을 목청껏 드높여 소리 질렀다. 하지만 죽음을 앞에 둔 절규에 가까웠다.

 우리 페나들은 전쟁의 전통을 이어받듯, 공포탄 대신에 엄청난 행렬로 줄을 지어 한 손엔 큰 북을 들었다. 그 북소리가 에메랄드 숲에 고요하게 깔렸다.

 나는 그 소리에 힘입어 공포탄에 아랑곳하지 않고 페나들에게 배운 칼 솜씨와 예리한 날개로 마침내 수없이 많은 국가 전투병들의 배를 갈랐다. 페나들도 이를 따라 하듯 허공에 대고 긴 칼을 휘두르며 앞으로 진격해 나갔다.

 이들은 반격이 예상되었는지 겹겹이 서로를 에워싸 진군해 가기도 했다. 또한 누구라도 국가 전투병들이 쏜 총탄에 맞기라도 하면, 뒤로 후송됐다. 그 뒤에는 평범한 인간들이 다니는 간호학교에서 어렵게 날개를 숨기며 공부한 간호병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들의 반격은 더 거칠게 되돌아왔다.

 우리는 무기라고 해봤자, 긴 칼과 예리한 날개밖에는 없었다. 한스 선생님의 군대는 현대식 장총 하나만으로도 우릴 손쉽고 거세게 제압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로켓포, 아파치와 작은 새로 불리는 전투기, 첨단 통신기 등등이 있어, 그들이 보기엔 우리의 공격은 골목의 전쟁놀이 수준에 불과했던 거였다. 속된 말로 그들의 상대가 안 되는 거였다. 그래도 그들이 우리를 지금까지 쉽게 공격할 수 없는 이유들은 충분히 있었다.

 그들은 페나들의 규모를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었다. 에메랄드 숲에 서식하는 페나들의 수를 알 수 있다고 해도, 날개를 숨기고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을 쉽게 파악할 수 없던 거였다. 또 우리를 공격하면, 일반 민간인들을 보복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조변림 사건이었던 거다. 조금이라도 날개 달린 사람들의 정체를 아는 이들이 생겨나면, 이들은 우리 페나들의 표적이 되어 가차 없이 죽게 되었던 거…….

 그리고 더 두려웠던 건, 페나들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었다. 내가 그들의 총령이 되면서 그 정도는 배가되고 있었다. 우리는 뒤로 물러설 줄 몰랐고, 자유를 되찾고 싶은 열망이 무엇보다 강했다. 지금 세상과 작별을 고하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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