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7
‘내 운명은 어디로 질주해 가는 걸까?’
이런 상념들이 나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정처 없이 흘러 조금 전에 보였던 신비스러운 나일강은 내 머릿속에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린 어느덧 조금씩 상티밸리 골짜기에 가까워지고 있던 거였다. 저 멀리 국제공항이 보였다. 예전에 허름한 옷을 입은 정비사 둘이 슬픈 표정을 짓던…… 그 모습들이 기억났다. 하지만 이번만은 이륙하는 비행기가 우리를 향해 반갑게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정겨웠던 가람국제고도 보였다. 전혀 아무 일도 없는 듯 체육대회가 열린 모양이다. 골을 넣었는지 환호하며 서로 얼싸안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교감의 얼굴이 내 눈에 잡혔다. 그는 깊은 수심에 싸여 있을 법했지만, 그도 역시 마치 자기 아들이 골을 넣은 것처럼 얼굴엔 해 맑은 미소를 드러냈다. 그런데…… 한스 선생님은 그 자리엔 없었다.
‘당연한 건데, 왜 이리 허전하고 공허한 걸까? 그는 학교를 잠시 휴직하고 국가 전투부대를 이끄는 사령관이 되어 있는데…… 이들은 이 사실을 알고는 있는 걸까? 또, 나에 대해선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중병에 걸렸다든가, 학교에 적응 못 해 전학이라도 갔다고 했을 거야. 불을 보듯 뻔하지. 내 짝꿍 세진이가 보고 싶어졌다! 에머튼 선생 아니, 호위병도 나 같은 생각을 할까? 그리고……’
나는 과거의 향수에 젖은 나머지, 지금의 내 모습을 망각하고 있었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좀 더 힘껏 날개를 저어 가야 했다. 나의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러 정신을 가다듬고는 앞을 내다보려는 참이었다. 내 두 눈이 눈물로 적셔 올라왔다. 내가 살았던 뾰족지붕의 집이 보였기 때문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문을 열고 나왔다. 아마 은행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팔려…… 저 낯선 사람에게 넘어갔나 싶었다. 눈물이 정신없이 흘러 바람에 흩어졌다.
“총령? 또 무슨 생각에 잠긴 거니? 울고 있는 거야?”
바로 왼쪽 옆에서 날고 있는 실비아는 나의 속마음까지 꿰뚫는 점쟁이가 다 되어 가고 있는 듯했다. 아마 예전 추억에 잠겨있을 거라는 추측을 했을 것이다.
“아니, 그냥……. 상티밸리엔 언제 갈까? 지금 당장 가자는 말은 아니겠지? 무지 지쳤어 난……”
나는 모든 게 귀찮아졌고 두려워졌다.
“총령, 내일부터 전쟁 훈련인데…… 안색이 안 좋아 보이네. 일정을 미룰까?”
그녀는 내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벌써 한스 선생님과의 전쟁이 임박해 오고 있는 거였다. 용기를 내야만 했고, 결단을 내려야 했다. 마냥 미룰 수는 없었다.
천공 위를 날면서 저 멀리 아래에 킴란스 기자의 무덤이 보였고, 내 친구 모키의 것도 그 옆에 있었다. 그곳 상티밸리는 나를, 아니 우리를 예전부터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그래! 지금 당장 가자. 상티밸리로 말이야.”
마치 나의 이 같은 시원한 명령을 기다렸던 것처럼, 다들 망설임 없이 더 힘껏 날개를 휘저어 앞만 보고 힘차게 날아올랐다. 죽음의 골짜기로 둔갑할 수도 있는 상티밸리로 무겁게 질주해 나갔다.
새들은 우리를 더욱더 감싸 비호했다. 하지만 천공을 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검붉은 안개가 자욱해서 어디가 어딘지 도저히 알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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