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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Novel & BooK

[Social Fantasy52]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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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8

 

 “어디에 내려야 하니?”

 “, 이곳이야. 이곳…….”

 실비아는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

 “뭐야! 어디?”

 나는 예민해지고 있었다. 초조하기까지 했다.

 “너의 지인들의 무덤!”

 “킴란스 기자, 모키, 교장……? 그리고 아버지?”

 “…….”

 나는 몹시 떨려왔다. 내가 그들 옆 무덤의 빈자리를 메울 또 하나의 시신이 될 것만 같았다. 그들의 무덤이 우리들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를 여기까지 감싸온 새들은 우리가 상티밸리 골짜기에 무사히 도착하자마자, 하나둘씩 자신들의 원래 보금자리를 찾아가듯, 날아가 버렸다. 이젠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우리, 아니 내 자신밖에 없었던 거다.

 에머튼 호위병이 심적 부담을 많이 느꼈는지, 갑자기 구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 더럭 쓰러지고 말았다. 실비아가 그걸 보고는 그녀의 얼굴이 새파래지고 말았다. 그녀는 냉정을 되찾으려는 듯 자신의 이마를 주먹 쥔 손으로 툭툭 치고 나서는, 쓰러진 그의 눈을 열어 동공을 살폈다. 그는 기절해버린 거였다.

 잠시 후, 돌풍이 불어왔다. 나뭇가지가 정신없이 흔들려 댔다. 급기야, 큼직한 버드나무가 뿌리 뽑혀 날아가 버리기도 했다.

 저 멀리 킴란스 기자 무덤 근처에서 길 잃고 방황하는 한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낯설지만은 않았다. 그는 먼저 이쪽을 보고 소리치는 듯했다. 그런데 그 소리는 구심점 없이 사방으로 퍼져갔다.

 “가온! 너 가온, 맞지?”

 그의 소리는 우렁찼지만, 심한 저음이었고, 공기 중에 음색이 흩어졌다. 우리 모두 그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놀랍게도 죽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절친한 친구 모키였던 것이다!

 “모키! 너 모키 아냐?”

 “, 반가워! 내 친구, 가온!”

 “너 죽은 지 알았는데, 어떻게 된 거지?”

 모키는 내 질문엔 대답도 않고, 날 말똥말똥 쳐다보기만 했다. 또 바로 옆쪽에서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센 풀들로 뒤덮여 있는 무덤 뒤쪽에서 화장가 많은 얼굴을 한 중년 남성이 날 쳐다보며, 두 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들겼다. 그 곁으로 거위벌레들이 날아들었다. 그는 킴란스 기자인 것이다! 나는 그가 살아있다는 것이 믿기지는 않았지만, 나의 논리적인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무척이나 반가웠다.

 “아저씨 여기서 뭐 하세요? 아저씨도 살아 있었네요!”

 모키와 킴란스 기자는 날 포근히 안으려고 가까이 다가왔다. 그들은 서글퍼 보였고, 싸늘한 기운도 감돌았다.

 “잠시만, 총령! 그들은 분명 죽었다고. 내 말을 믿으라고! 그들은 악령이야, 악령!”

 실비아는 나에게 호통치듯 소리쳤다.

 “여기 분명 살아 있는데. 한스 선생과 너는 거짓말쟁이야! 내가 두 번 속을 줄 알고!” 

 모키와 킴란스 기자는 나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그들은 날 놓지 않았다.

 “왜 이러지? 모키야, 킴란스 아저씨…… 이젠 놓아줘. 답답하다고. 제발!”

  “악령이다! 총령! 피해. 어서! 조만간 서슬 퍼런 칼날이 너의 목을 베러 날아올 거야!”

 실비아의 경고를 무시한 게, 죽음까지 치닫게 되는 걸까? 열정만을 앞세워 온 나는 이렇게 죽을 운명이었던 건가? 뒤늦게나마 한스 선생님의 말이 기억났다. 하나도 아니고, 둘 다를 부정해서는 안 되었던 거다. 더 더욱이 종합적으로 이해했어야 했다. 나의 지혜는 여기까지라는 말인가.

 결국은…… 여러 개의 긴 칼이 나를 향해 거침없이 날아왔다. …… 내가 틀렸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두 눈을 감아버렸다. ‘퍼드덕거리는 날개 젓는 소리와 함께 새들의 비명만이 들려왔다.

 막상 눈을 떠 보니, 내 앞에는…… 날아온 서슬 퍼런 칼날에 정작 목이 잘려나간 건, 다름 아닌…… 새들이었다. 새들이 처참하게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이 순간에도 새들은 날 보호하려고 여기까지 날아온 거였다.

 가슴 한편을 칼로 도려내듯 에려 왔고, 눈물이 흘러나왔다. 난 온 힘을 다해서 실비아가 던져준 방패를 잡아 그 악령들의 머리를 쳐버렸다.

 악령들은 마치 쇠가 녹아 버리듯 허물거리더니,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또다시 그것들이 땅속을 비집고 나와 나의 발목을 움켜잡고는 땅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으악!”

 나는 총령답지 않게 아이들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바로 그때였다. 악령들의 눈에는 나 말고도 또 다른 물체를 감지했는지, 급히 내 발목을 놓아 버리고는 작은 불빛이 반짝거리는 물체로 다가갔다. 그 물체에 사정없이 칼들이 날아들었다.

 “무인정찰 헬기다!”

 실비아는 호위병들과 함께 자지러질 정도로 소리쳤다. 나는 그 틈을 노려 늪처럼 질퍽질퍽한 흙더미에 반쯤 잠긴 몸을 빼서 하늘 높이 훨훨 날아올랐다. 실비아와 호위병들도 내 뒤를 따라 날아올랐다.

 무인정찰 헬기는 엔진에 칼이 박혔는지 불길이 솟더니, 어느새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다행히 기절해 있던 에머튼 호위병은 깨어났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움켜잡고는, 얼른 그곳을 빠져나와 에메랄드 숲을 향해 날아갔다. 이젠 어쩔 수 없이 페나의 요새로 갈 수밖에 없는 거였다. 나의 지혜의 한계로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만 것이다.

 “미안해, 실비아……

 “아니야, 내가 너에게 믿음을 못 준 게 더 미안할 뿐인걸. 다음 또 기회가 있으니까 맘 편히 생각해.”

 나는 그녀의 말이 큰 위로가 됐다. 그런데 악령까지 두려워한 무인정찰 헬기가 내 마음에 걸렸다.

 “실비아! 그 헬기는 대체 뭐지?”

 “무인정찰 헬기를 말하나 보네. 한스가 보낸 정탐 헬기! 그는 우리를 헬기를 통해 감시하고 있었던 거야. 우리 페나 내부에 밀고자가 있는 게 분명해. 누군지는 짐작은 가는데……정확하지는 않아…… 우린 밀고자를 은어로 카나리아라고 부르지.”

 “카나리아……

 나는 이 같은 복잡한 세상이 인간들 사이에서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하나의 생명체와도 비슷한 페나의 운명공동체를 깨뜨리려는 카나리아. 그는 누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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