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3
“겁도 없군! 페나!”
한스 선생님은 그답지 않게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마시던 와인 잔을 힘껏 내던지고 말았다. 은은한 검은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깨진 유리잔 조각은 이리저리 흩어졌다. 그러면서 그 조각들은 스스로 빛을 받아 반짝거리더니, 죽어가는 가엾은 생명처럼 점점 빛을 잃어갔다. 국가특공대의 총지휘관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페나가 인간을 이길 병법을 찾아 왕가의 골짜기로 떠났다는 사실을 방금 전해들은 모양이다.
그 앞에는 페나처럼 보이는 나이 어려 보이는 여인이 얇은 하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그의 거동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네가 그들을 왕가의 골짜기로 유인했나?”
“유인이라뇨? 그들은 제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는 걸요.”
그는 그녀를 의심하는 눈빛을 싸늘하게 보냈다.
“네가 왕과 가까운 사이잖아! 내가 준 문서는 보여 주긴 한 거야?”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문서를 본 며칠 동안은 선생님의 편이었죠. 하지만 그는 누가 뭐라 해도 페나의 왕입니다. 에메랄드 날개 빛의 광채가 놀라울 정도예요."
그는 학자 출신답지 않게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너도 새니, 별수 없구먼.”
그녀는 그의 말에 화를 내고 말았다.
“선생님도 날개는 없지만…… 새의 피가 흐르지 않나요? 새를 무시하지 마세요!”
그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는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을 이어갔다.
“미안하네. 하지만 난 인간들을 통솔해서, 그들이 잘되게 하고 싶네. 너도 그렇지 않나? 아닌가? 너는 페나들 위에서 군림하고, 왕의 마음도 사로잡고 싶은 건가? …… 아니네. 내가 괜한 소리를 했군. 내가 페나의 왕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지. 그의 지혜는 약하지만…… 순수하네. 그것도 큰 무기인 거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지막 관문만큼은 통과 못 하도록 막아야겠어.”
잔뜩 어깨를 웅크리고 그의 말을 끝까지 경청한 어린 여인은 그의 말에 불만은 있었지만,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천천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사라져 가는 그녀의 뒷머리 정수리 부분이 왠지 희끗희끗해 보였다. 머리카락 염색이 엷어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엾게도 여느 때와 달리 늙은 여인네처럼 봉긋한 가슴도 쳐진 듯했다. 하지만 어려 보이는 건, 누가 봐도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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