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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Novel & BooK

[Social Fantasy45]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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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6

 

 

슬픈 날개를 품어서

   

1

 

 새들의 서식지와 크리스 왕국. 뭐가 옳든 그르든 간에, 이 두 문서는 둘 다 무시무시한 전쟁을 예고하고 있었다.

 실비아는 전쟁을 앞두고, 거의 밥 한 끼조차 먹지 못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현실을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나로서는 실비아를 믿기는 어려워도, 겉으로나마 화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지나면, 전쟁의 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혹독한 훈련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다 해도 한스 선생님이 이끌 국가특공대는 페나의 전투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했다. 국가특공대는 잘 훈련된 조직력뿐 아니라, 로켓, 전투기, 미사일 등의 첨단 무기들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우리가 이기기는 불가능한 전쟁이었던 거다. 게다가 한스 선생님의 지혜까지 합세한다니, 국가특공대의 전투력은 나의 상상을 초월할 듯싶었다.

 우리 페나가 갖춘 무기라고 해봤자, 고작 예리한 날개와 부리, 그리고 활, 긴 칼 정도였다. 국가특공대에게는 우리의 전투력이 하잘 것 없는 골목의 전쟁놀이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쟁에 앞서 페나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인간을 이길 병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결국은 그것을 찾아 우리 페나의 손에 움켜쥘 수밖에 없던 거였다. 하지만 그건 부담스럽게도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만일 실패라도 한다면…… 페나의 왕인 나의 위신은 땅바닥까지 추락하게 되고, 처럼 쏟아지는 반파 세력의 비난과 체제 전복 쿠데타의 우려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건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이었고, 상식에 가까운 진리였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시간은 흘러 전쟁 훈련 시점을 이틀 앞두고 있을 때였다.

 나는 총령실 뒤쪽에서 호위병들과 긴 칼을 챙기고 있었다. 내가 있는 총령실은 궁정 5층 가운데 3층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바로 창문 아래 2층 난간에서 날개를 접은 실비아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거닐고 있었다.

 나는 호위병들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하고, 창문을 열어 그녀에게 날아 내려갔다. 내가 일부러 이렇게 실비아 곁으로 날아간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 가온!”

 그녀는 나의 날개 젓는 소리를 듣자마자, 나를 등진 상태에서도 금방 나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멍하니 여기서 뭘 하고 있어?”

 “그러게. 머리가 좀 복잡하네. 근데…… 전쟁 준비는 잘되고 있어? 인간들과의 전쟁에서 이기고는 싶고?”

 “, 이젠 어쩔 도리가 없잖아.”

 그녀는 내 말을 곱씹듯이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했다. 예상치 못한 적막감이 흘렀다. 그녀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를 이길 자신 있어?”

 “한스 선생? 당연히 우리가 질 거라고 보는데. 그래서…… 골똘히 많은 생각을 해봤어. 내가…… 인간을 이길 병법을 찾으러 가야겠어. 너도 그러길 바라지 않나? 그래서 날 페나로 만든 거잖아.”

 실비아는 시큰둥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널 페나로 만든 건…… 그래, 오늘은 그렇다고 해두지.”

 “뭐야. 네 조직을 위해 날 이용해 먹으려는 속셈 아니었어?”

 그녀는 애써 슬픈 표정을 감추려 했다.

 “이 바보 멍청이! 넌 아직도 내 마음을 모르는 거니? 너 말고도 열정 많고, 지혜도 출중한 크리스 왕국의 후손들이 여기에 널려 있다고! 전쟁에서 지면 너만 쫓겨난다고 생각하니?”

 “그럼, 왜 날? …… 혹시 진실로 나를……

 “오늘은 그만 하자니까!”

 이제야 그녀의 마음속이 조금이나마 들여다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 전야와 다름없었다. 한스 선생님을 이겨야만 했다. 그 최선의 방법으로는…… 그를 이길 병법부터 찾아야 하는 거였다.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망설일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내가 먼저 그녀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만은 아니다. 이미 정해진 운명 같은 하늘의 섭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럼…… 실비아…… , 가야겠어.”

 나는 진지하게 두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는 약간 당황한 듯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나의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어딜? 우릴 버리고 다시 인간으로? 그건 안 된다니까!”

 “아니, 한스 선생을 이길 병법을 찾으러……

 내 말에 그녀가 기뻐 날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새파랗게 질린 듯 굳어져 갔다. 기대감에 찬 표정이 아니었다.

 “찾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우리 페나들도 자유를 위해 멋지게 싸웠노라는 하나의 징표를 남겨주고 싶어.”

 “, 징표?”

 “…… 숨어 비행하는 자들의 진심 어린 삶의 기록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비슷한 거 아니야? 죽어도 여한이 없네. 나의 크고 탐스러운 날개는 식상한지 오래고. 왕 생활도 신경 쓸 것도 많은데다가, 재미도 없네. 인간 세상으로 되돌아간들…… 가난은 지긋지긋하단 말이야. 누굴 믿기도 어렵고. 하루라도 자유롭게 하늘을 맘껏 날 수만 있다면……

 그녀는 한동안 말없이 날 빤히 쳐다봤다.

 “마치 잊고 있었던 우리 선조들의 풍류의 마음을 말하는 것 같아. 그러면…… 나와 같이 인간을 이길 병법을 찾아가는 거다! 알겠지?”

 나는 그녀의 말에 처음으로 온몸에 전율이 흘러, 나도 모르게 내 눈에 눈물이 적셔왔고, 오른손으로 내 맨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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