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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Novel & BooK

[Social Fantasy42]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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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4

 

천수인!”

그녀의 날개 빛도 그들과 다르지 않은 회색빛이 감돌았다. 나는 한 손에 잡고 있던 실비아 손을 뿌리치고, 수인이를 외쳐댔다.

나는 무리들을 헤치고 먼저 수인이에게 다가가려 했다. 무리들 속으로 내가 발을 옮기자, 호위병들과 전투병들이 나를 둘러싸 보좌해줬다. 그 덕분에, 쉽사리 그녀 곁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나를 외면한 듯했다.

뭐야, 내 눈을 똑바로 보라고! 어떻게 된 거야! , 내 아빠 알지?”

나는 수인이를 보자마자, 아무런 연락도 없이 사라진 그녀가 서운한 나머지 대뜸 화부터 냈다. 마치 그녀를 죄인을 다루듯 심문하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크게 반가워하지도 않았고, 동요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색하듯 나를 멀리했다. 멀리서 보기에는 나에게 뭔가를 말하고 싶어 했고, 슬퍼 보이기도 했는데. 날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오고 말았다. 그녀가 더욱더 의심스러워졌다.

김찬휘, 몰라? 내 아빠라고!”

무슨 말씀이신지요, 총령님.”

그녀는 내 말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이 대답밖에는 하지 않았다.

실비아는 그녀의 동생 수인이를 본척만척하는 듯했다. 그녀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더 이상 수인이에게 다가가는 것을 막는 듯, 나의 손을 확 낚아채듯이 붙잡고 하늘 위로 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더니 수천수만의 날개 달린 사람들이 조금 전보다 환호성을 더 요란하게 울려댔다.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였다. 실비아의 호위병이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실비아는 총령님의 영부인이십니다.”

뭐라고? 실비아가?”

나는 기겁했다. 수인이는 호위병의 말을 들었는지 눈가가 발갛게 되더니 눈물이 맺혀 오는 듯했다. 그녀는 서둘러 무리 속으로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때마침, 한 오십 세 중년의 여인으로 보이는 날개 달린 사람이 나를 향해 무표정으로 날아왔다.

엄마, 나의 엄마였던 것이다. 나의 불길한 예감처럼 엄마도 새였던 것이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는 나를 감지한 것 같았다. 그녀도 이들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하얀빛의 날개를 달고 있었고, 그녀의 긴 목엔 스카프 대신 깃털이 검푸르게 촘촘히 나 있었다. 좀 다른 건, 그녀는 마법 꽤나 부릴 수 있을 것 같은 큰 나무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지팡이엔 새순도 돋아 있었다.

이 지팡이로 마법을 부려 엄마랑 내가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갑자기 그녀는 내 앞에 무릎을 꿇더니, 내 손등에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아휴, 징그러워.’

어머니가 좀 실성한 것 같았다. 그녀는 딱 한마디만 했다.

총령님, 남의 눈치 안 보고 맘껏 하늘을 날 수 있는 우리의 시대가 오게 해주십시오.”

그러더니 수인이처럼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나는 머리가 깨질 정도로 아팠고, 혼란스러웠다.

불행을 예고한 듯 궁전에 광풍이 불어오더니, 온 사방이 어두컴컴해졌다. 천둥과 번개가 동반할 기세였다. 3센티미터 크기만 한 우박도 내려 내 머리를 뚫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큰 거인이 이 궁전을 받치고 있는 나무를 힘겹게 타고 올라와 내 앞에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움직이질 않았고 놀라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 궁전 사방이 병풍이 드리워지듯 온갖 현란한 빛들이 모여들었다. 아버지 서재에서 보았던 것들과 매우 흡사했다. 한편의 환상과 같은 영상이 드리워져 빙글빙글 돌았다.

이건 또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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