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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Novel & BooK

[Social Fantasy40]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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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2

 

 땅 아래 도로변에는 이미 무장한 군인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것이 쉽게 내 양쪽 눈을 사로잡았다. 심지어 생전 보지도 못한 로켓포도 있는 것 같았다. 한스 선생님의 말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수십 발의 포탄이 날개 달린 사람들, 아니 우리들을 겨냥해 날아오고 있는 게 아닌가. 포탄 한 발이 어느새 공중으로 날아와, 결국 날개 달린 사람 하나를 명중시켜 떨어뜨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죽을 명분도 없었고, 이를 자세히 분석하고 해석할 겨를도 없었다.

 “으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들이 터져 나왔다. 관제탑 레이더처럼 내 눈의 동공이 이리저리 움직여갔다. 국방부가 파견한 것 같은 국가특공대들이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거리 진입을 차단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해서 이런 기괴한 사실들은 영영 비밀이 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조변림 사건도 이렇게 비밀이 되어 버린 거였다. 나는 처음 겪는 일들이라서 어느 누구보다 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연이어 내 앞에 놓여졌다.

 이제는 국가특공대의 포탄의 수십 발 수백 발이 지속적으로 날개 달린 사람들을 향해 하늘 위로 날아들고 있었다. 또 왜소해 보이는 한 날개 달린 사람의 두 쪽 날개 모두가 포탄에 맞아 천공에서 활활 타올랐다. 그들의 반격이 시작될지라도, 아마 더 큰 포탄이 하늘 위에 작렬할 것만 같았다.

이러다가는 다 죽을지도 모른다!’

 나는 하늘을 날아오르면서 누가 적인지, 동지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실성한 듯이 실비아를 이리저리 찾았다. 그녀가 안전한지 궁금해졌고, 자연스레 조변림으로 날개를 젓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본능이 생겨나고 있는 거였다.

 그즈음 저 아래에서 한스 선생님의 휘파람 소리가 아주 길고 은은하게 들려왔다. 나는 조금 전만 해도 인간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의 휘파람 소리도 나를, 아니 우리 날개 달린 사람들을 공격해올 새들을 부르는 재앙의 소리일 것만 같았다. 그가 눈엣가시로 급격하게 탈바꿈되고 있었다.

 어느덧 바람과 눈물이 섞여서 내 눈까지 막고 있었다. 살아야만 했다. 숭고한 생명의 이치였다. 눈물을 얼른 닦고 바람을 이겨내야 했다.

 그 순간 지하통로로 함께 갔던 새들이 우리 곁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해파리처럼 나는 새도 쉽게 눈에 띄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수는 십여 마리가 아니었다. 자그마치 수백 아니, 수천 마리가 떼를 지어 우리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들을 우리가 물리쳐야 하는 걸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순간 이들이 우리를 보고 싱긋 웃더니, 겹겹이 우리를 호위하는 게 아닌가.

 “수쉬쉬쉬시

 국가특공대의 로켓이 발사되면서 큰 굉음을 내며 매미처럼 날아올랐고, 미사일도 하늘 위로 우리에게 한꺼번에 빗발쳐 오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를 호위한 새들이 하나둘씩 포탄에 맞아 피 흘리며 땅바닥으로 떨어져 가고 있었다. 마치 미국 아칸소주나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등지에서 일어난 새떼 죽음의 기이한 비밀을 온 세상에 누설시킬 것처럼.

 ‘, 이들이 나를 구하러 온 거였구나!’

 잠시 한스 선생님을 마음속으로나마 배신한 것 같아 가슴이 메어지고 속이 쓰려 왔다. 나는 그에게 멀리서나마 경의를 표하고, 나의 두 번째의 고향이 돼 버린 조변림, 아니 에메랄드 숲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날개를 저었다.

 “가온……

 바로 내 오른쪽 옆에서 나지막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예전 비행선에서 버드 스트라이크로 기절했을 때, 들려왔던 것과 흡사했다.

 “누구지? 요정?”

 “……아니, 비아.”

 나는 그때 요정으로 둔갑했을지도 모르는 그녀에게 반가움과 기대감 못지않게 적지 않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실비아!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거니? 내 목에 독침을 놓은 게 너였지?”

 “미안,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사과의 말을 잊지 않고, 가까이 다가와 내 귀에 속삭이듯이 말했다.

 “한스 선생을 너무 믿지 말아줘. 그는 세계 제일의 새들의 전쟁 전략가야.”

 실비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전략가인 건 알고 있지만, 우리를 도와준 그를 믿지 말라는 건, 아무리 봐도 터무니없는 말임에 틀림없었다.

 “! 그가 우리를 이렇게 구해주고 있는데도? , 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나는 그녀에게 쏘아붙였다. 실비아가 질투의 여신이라는 것을 익히 들어 그녀가 믿음직스럽지 못했거니와, 조류학자의 꿈을 꾸며 평범한 삶을 원했던 나를 이 지경으로 몰아간 그녀가 못내 원망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녀는 내 생각을 부정했다.

 “나를 믿어줘. 그는 크리스 왕족의 후손이지만, 날개 없이 태어났다고. 우리를 배신했고 숨어 지내게 만든 장본인라고!”

 크리스 왕국? 왕족의 후손? 이건 이미 한스 선생님에게 들은 거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알 때가 아니라며, 크리스 왕국에 대한 상세한 답변을 회피해 왔다.

 서로가 더 뭔가를 말하려는 찰라, 내 옆에서 줄곧 나를 보호해주며 따라온 해파리 새는 국가특공대가 쏜 포탄에 맞았는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그러고는 내 손에 날개를 갖다 댔다가 쭉 미끄러지듯이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 새의 가슴팍이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얼핏 보기에, 땅바닥엔 해파리 새뿐 아니라, 날개 달린 사람들, 한스 선생님이 보낸 새들의 시신들로 나뒹굴고 있는 게 아닌가.

 실비아도 기겁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하려는 뭔가의 말들을 더 이상 하지 못했다. 나도 그녀처럼 말문을 닫고 말았다. 줄곧 내 뒤에서 동행하고 있는 날개 달린 한 사람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위해, 앞쪽으로 나오고 있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왠지 그가 낯설지 않았고, 어디서 본 듯했다.

 “총령님! 예전엔 죄송했습니다. 몰라 뵙고 제가 총령님의 어깨를 감히 공격했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 그는 내 어깨와 독수리의 목까지 벤 장본인이었던 거다. 어제의 적군이 오늘은 아군이라니…….’

 나는 최대한 그에게 예의 있고, 공손하게 대하려 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니, 거기에 대고 꾸짖는다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었다.

 “내가 총령이라고요? 무슨 말인지? 그때는 정말 화가 났지만, 지금은……

 “말씀을 낮추십시오. 총령님.”

 날개를 힘껏 젓고 있던 실비아가 나에게 다가와 귀띔해줬다.

 “총령은 왕을 의미해. 는 네 부하야.”

 나는 이 순간이 황당하고 당황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내 어깨에 화려하게 돋은 날개는 환상 아닌 현실이었고, 이것부터 해서 왕의 칭호까지…… 섣부른 판단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나는 떠오르는 여러 상념들을 억눌렀고, 앞만 보며 날아갔다. 한참을 날다가 앞을 보니, 에메랄드 숲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멀리서 쫓아오던 전투기들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하나둘씩 뒤로 사라져 버렸다. 국가특공대의 입장에서 보면, 수적으로나 뭐로 보나 열세이다 보니, 이곳이 그들의 최대의 적지였던 거다. 그들은 안전을 보장받기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나 보다.

 ‘전쟁이 끝난 건가? 설마…….’

 거칠게 울려댔던 사이렌 소리도 천공에서 흩어지면서, 견디기조차 힘겨운 적막감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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