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7
뭔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우리 뒤에서 달려드는 게 아닌가. 그 순간 통로 밑에서 돌고 있던 대머리 독수리가 날개로 우리를 감쌌다. 독수리는 우리를 보호해주려고 한 몸부림이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구하지 못하고 그것의 목이 잘려나가고 말았다. 대머리 독수리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통로 바닥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비겁하게도 날개 달린 한 사람이 우리 뒤에서 한 짓이었다. 그것도 칼날 같은 예리한 날개로 말이다! 조금 전에 총에 맞아 눈이 먼 날개 달린 사람들 중에 하나가 분했는지 깨어나자마자, 앞뒤 안 가리고 우리를 공격해온 것이다.
멀찌감치 독수리의 시신이 보였다. 훤히 드러난 그의 주름 잡힌 머릿속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아, 저 독수리가 아니었더라면, 내가 지금쯤 저렇게…….’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얼른 날개 달린 사람들이 더 이상 우릴 공격 못하게 통로 문을 아무도 열지 못할 정도로 굳게 닫아버렸다. 그 순간 섬광 빛이 ‘팍’ 터졌다.
한스 선생님은 그 섬광 빛과 함께 크게 자지러지면서 놀라고 있었다. 나도 그 못지않게 죽을 뻔하다 간신히 살아난 것처럼, 깊은 한숨을 들이 내쉬었다.
하지만 그는 섬광 빛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이 아끼는 친구 ‘대머리 독수리’가, 그것도 처참하게 죽어서인지는 분간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여하간 우리는 살았다. 우리의 동료 같은 독수리가 죽어 마음이 아팠고, 슬펐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사다리 중간에 멈춰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은 채, 벌벌 떨고 있지 않은가.
“으아……”
그는 실성한 듯이 턱을 뒤로 버쩍 재치더니 괴성을 질러댔다. 그러면서 어른답지 못하게 눈물을 글썽거렸다. 친구일 수 있는 새가 한 마리 죽었다고 저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의 친구 새들은 더 빠르게 우리 주위를 돌고 있었다. 독수리의 빈자리를 채우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그를 위로하려고 애썼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미안하네. 정말 미안하네.”
내가 그에게서 기대한 말과는 터무니없이 다른 엉뚱한 말이 돌아왔다. 서로가 동문서답하는 것 같았다. 내가 그의 친구 독수리 때문에 살았는데, 정작 미안할 사람은 한스 선생님이 아니라 내가 아닌가.
‘뭐가 그리도 미안한 걸까?’
그는 날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고, 얼굴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 단지 어디에선가 터져 나온 섬광 빛만이 그의 이런 모습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새들은 섬광 빛도, 동료 독수리의 죽음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우리를 안내해줬다.
단지 그 새들이 달라진 게 있다면, 우리 주위를 도는 속도가 빨라졌을 뿐이었다. 새들은 그것들의 동료 대머리 독수리를 벌써 잊어 먹은 건 아니겠지. 새들은 머리가 나빠 금세 잊어먹는다고 하던데…….
우리는 어느새 긴 통로를 지나 금고 앞에 다다르고 있었다.
'문학 Novel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Social Fantasy39]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0) | 2020.12.13 |
---|---|
[Social Fantasy38]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0) | 2020.12.12 |
[Social Fantasy36]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0) | 2020.12.10 |
[Social Fantasy35]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0) | 2020.12.08 |
[Social Fantasy34]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0) | 2020.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