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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Novel & BooK

[Social Fantasy39]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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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5

 

 

사라진 이들에게 기도를

  

1

 

 태양 빛이 나를 따갑게 비춰왔다.

 나의 어머니의 인기척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단지, 거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올 뿐이었다. 내 귀는 여느 때보다 더 밝아졌다.

 ‘뭘까?’

 이젠 더 이상 놀랄 것도 없었다. 그런데 어제보다는 내 몸이 좀 무거워졌다는 느낌은 확실했다. 일어서려는 순간 내 몸에서 퍼드덕소리가 났다.

 ‘이건 또 뭐야.’

 억지로라도 나의 달라진 온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지러웠고 무거웠다. 구석진 벽 거울에 힘겹게 다가가 내 모습을 비춰봤다.

 밤새…… 내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크게 자라고 만 것이다! 그것도 화려하고 신비스럽기도 한 에메랄드빛 날개……. 내가 바로 반나체의 날개 달린 사람이었다.

 벽 거울에 희미하게 비춰진 또 한 사람이 있었다. 날 유심히 뒤에서 쳐다보는 그의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다. 바로 한스 선생님이었다! 그는 내가 걱정이 됐는지 밤새 나를 지켜봤나 보다. 그는 지치고 피곤했는지 어제보다 많이 초췌해 보였다. 나는 가만히 몸을 뒤척이며 고민만 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뒤돌아서자마자 그 앞으로 가 무릎을 꿇고 흐느껴 울고 말았다.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니와, 그래도 나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은 지금으로선 그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몹시 간절했다.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죠?”

 그는 머뭇거림 없이 교과서적인 답변을 주었다.

 “아니야, 넌 잘해낼 거야.”

 나의 대답이 없자, 말을 이어갔다.

 “……일어나게. 정작 무릎을 꿇어야 할 사람은…… 가온군, 네가 아니라 나일세. 정말 미안하네.”

 사실 그가 미안할 것은 없었다. 뭐가 그리도 미안한 걸까. 그는 어렵게 입을 또 열었다.

 “조변림으로 가는 통로는 내가 만든 게 아닐세.”

 나도 예상했던 거여서, 그의 말이 그리 놀랍지 않았다.

 “그렇겠죠. 그 웅장한 큰길을 선생님 혼자 만드는 건 무리였을 거예요."

 그는 눈썹을 치켜뜨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 뜻이 아니라, 통로는 우리 국가가 만든 걸세. 조류학의 전문가인 나를 시켜서 말이야!”

 “? 국가가요? 그건 왜죠?”

 나는 아직도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는 국가라는 말보다는 정부’, 자세히 말하면, 청와대와 건설부의 합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날개 달린 사람들을 감시하다가 더 이상의 진척이 없었지. 예상치 못하게 그 수가 만만치 않게 계속 증가하다 보니…… 끝에 가서는 그들을 흔적도 없이 몰살해 버리려고 하는 거라고!”

 “, 우리 정부도 이미 알고 있었군요.”

 나는 그때서야 그가 말하려는 내용들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말이 그렇게까지 끔한 일인지는 그의 말들이 어느 정도 끝나고 있을 때야 비로소 알게 됐다.

 “통로에는 감시카메라가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어! 내 친구 새들이 그걸 돌면서 교란시킨 거라고. 그런데…… 불행하게도 독수리가 날개 달린 사람을 몸으로 막으면서 우리를 감싸려 할 때, 그 순간 통로 밑에 있던 곳의 감시카메라에 너의 얼굴이 찍힌 거야.”

 “그런데요, 그게 무슨 큰일이라도?”

 나의 호기심과 탐구심이 어느 때보다도 더욱더 고조됐다.

 “조변림에 날개 달린 사람들이 있다는 건 정부도 이미 알고 있네. 그곳을 갔다 온 사람들 대부분이 거의 다 죽었다는 것도 말이야.”

 나는 그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이대로 그의 말에 귀 기울여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너는…… 살았던 거야! 조변림의 정체를 알아버린 너는…… 감시카메라에까지 찍혔다고! 무슨 말인지 알겠니?”

 그는 설명을 차분하게 해오다 스스로가 흥분되었나 보다. 그의 얼굴에는 벌겋게 혈압이 올라오고 있었다.

 “대체 무슨 말이에요? 그러면…… 저는 평생 날개 달린 사람들하고만 살아야 하나요? 아니면 이제 죽는 건가요? 누구 손에요? 정부? 날개 달린 사람?”

 갑자기 그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네가…… 그들의…… 왕이었던 거야!”

 지금부터는 그의 말이 도저히 납득 가지 않았다.

 “제가 왕이라고요? 그것도 날개 달린 사람들의 왕?”

 “그래 아마 비극적인 일이 다시 일어날지도 몰라. 피를 부르는 인간들과의 전쟁…….”

 마치 비밀스런 이야기들이 새어나갈 때면, 지붕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던 것처럼, 또 시끄러울 정도로 뭔가가 지붕을 긁어대고 있었다. 그러더니 창문 너머로 수십, 아니 수백 마리 새들이 날아들어 우리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좀 더 있으니까, 마침내 저 멀리 창밖에서 날개 달린 사람들과 함께 실비아가 에메랄드 빛깔을 가득 발산시키면서 나에게 손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머뭇거렸지만, 한스 선생님은 얼른 그들을 따라가라는 몸짓으로, 두 손으로 거실 창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그의 자상한 마음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손까지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정중한 인사를 하는 것도 잊은 채, 내 어깨 위에 있는 에메랄드빛 날개의 운명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몸짓을 하며, 그를 뒤로하고 하늘 위로 솟구쳐 날아올랐다.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다.

 처음엔 찬바람이 싫었고 퍼드덕거리는 날갯소리조차 낯설었지만, 얼마 지나지도 않아 상쾌한 하늘 공기 덕분에 조금씩 날갯짓도 꽤 유연해졌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어깨 위에 날개가 있었던 것처럼, 내 몸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었다. 날갯짓이 고통스런 몸부림이라는 시적 해학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어머니가 요즘 자주 먹던 국수가 감질나게 입에 돌았다. 국수는 새들이 즐겨하는 음식이어서 로 변한 나에게 예전에 전혀 없었던 감각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살아났나 싶었다.

 입맛을 다시며, 하늘 위에서 바라본…… 허름하고 오랜 세월에 군데군데 깨진 빨간 기와에 지붕이 뾰족한 나의 집.

 ‘내 집은 이젠 어떻게 되는 걸까? 엄마가 은행 대출금도 다 못 갚았을 텐데…….’

 나는 아직도 내 자신이 인간인지 새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런데……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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