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8
나는 조변림의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새들의 서식지’에서 일어난 궁금증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날개 달린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지 않은 이유들이 몹시 궁금했다. 그리고 그 어느 것보다도 실비아가 나 말고도 중년의 한스 선생님에게 관심을 보였다니, 그 또한 실신할 정도였다.
그가 갖고 있는 두 문서들 중에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크리스 왕국’이 분명 이 같은 의문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가 당장이라도 말해줄 것 같은 ‘크리스 왕국’, 하지만 그것의 비밀을 알기 위해 언제까지 그의 말을 기다려야 하는 걸까? 나는 조급한 마음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지 그 문서를 내 손 안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한스 선생님이 들고 있는 문서 두 뭉치가 또렷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가 두 문서 중에 먼저 ‘크리스 왕국’을 챙겨 금고 안에 넣으려 할 때였다.
“선생님……?”
“왜? 무슨 할 말이…… 총을 이리 주지 않겠나?”
그가 이렇게 말하면서 나를 향해 돌아서자마자, 나는 그의 눈을 향해 총구를 돌리고는 차분하게 엄지로 노란색 버튼을 온 힘을 다해 눌렀다. 그에 대한 모든 의구심을 지워버리기 위해서라도…….
그런데 그는 멀쩡히 서 있는 것 같고, 갑자기 내 앞이 침침해지는 게 아닌가. 내 눈이 멀어왔다. 그는 내가 총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동시에 그도 나의 눈을 향해 버튼을 누른 것이다.
나는 순간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몸에서 온 힘이 빠져나가더니 머리도 아파왔다. 오감이 마비되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는 없어도 생각은 할 수 있었다. 주변의 소리들도 아주 작게나마 들려왔다. 사실 무슨 소리인지는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결국, 나는…… 날개는 없지만…… 새였던 거다!’
새의 눈만 멀게 하는 총의 빛! 한스 선생님 덕분에 이 정도쯤은 ‘크리스 왕국’을 읽지 않아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그의 연구실이 아니라 내 집, 그것도 홀로 쓰는 내방의 침대였다.
그가 어떻게 나를 여기에 데려다 줬는지는 의문조차 생기지 않았다. 심지어 육중한 새 등에 나를 태워 데려왔든, 그만의 신통술로 마법을 부렸든 간에 나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가고 있는 건 분명했다. 마침내 지혜로운 그가 먼저 내 정체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던 거다. 나도 마찬가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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