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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Novel & BooK

[Social Fantasy34]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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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4

 

 지하 천장에서 삼엄할 정도로 부스럭부스럭하는 소리가 나는 듯했다.

 ‘날개 달린 사람들이 우리를 공격하러 오는 건가?’

 나는 섬뜩했다. 날개를 푸드덕거리는 물체들이 나를 향해 돌진해오는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몸을 웅크리며 눈을 감은 채 비명을 질러댔다. 이 자리를 박차고 냅다 도망가고도 싶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 뛰고 있었고, 내 눈마저 쉽게 떠지지 않았다. 작년 봄 방학 때 겪었던 비행기의 버드 스트라이크같은 정신적 충격이 다가오는 듯했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한스 선생님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듯했다.

 ‘그는 나를 한심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는 좀 지나서 여유 있게 나에게 말을 건넸다.

 “자네. 눈 좀 떠보게.”

 “선생님, 제가 다쳤나요?”

 “아니, 두려워 말게. 눈을 떠보렴.”

 마치 그의 말은 성인의 어투와도 흡사했다.

 나는 천천히 팔로 두 눈을 가렸던 것을 내리고, 진한 한숨을 한두 번 내 쉬면서 눈을 슬며시 떴다. 수십여 마리나 되는 온갖 형형색색 새들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기계인형이나 전자로봇이 아닌 건 확실했다.

 “우와, 이게 다 뭐죠?”

 “내가 누구냐? 조류학자지. 내가 연구해온 새들이란다. 어느덧 친구가 되었어. 이들이 우리를 도와줄 걸세. 이번은 무시무시한 큰 새들은 부르지 않았네.”

 “? 또 있어요?”

 “아마 네가 그 새들을 보면……. 아니다. 다음에 말해 주지.”

 “궁금해요.”

 “괜히 말한 것 같구나. 참아. 오늘은 이 새들이 조변림까지만 안내할 거야. 다른 새들이 공격해 오더라도 우리를 보호해 줄 걸세.”

 “근데요, 이 레드 카나리아의 울음소리는 너무 아름답네요.”

 “아름답긴. 카나리아는 남몰래 일러바치는 밀고자라는 뜻을 갖고 있어. 이 소리가 우리의 목숨까지도 위협할 수도 있네.”

 “, 겉보기와 다르군요.”

 그의 지혜는 남달리 출중했고, 조류들에게도 엄청난 신임을 받고 있었던 거다.

 “조변림으로 가는 길은 저도 알아요. 책 표지에 있는 새들의 서식지로 가고 싶어요.”

 “그런데 거기는 우리끼리만 가야 할 것 같아. 오늘만큼은 내 친구 새들에게 부담을 덜어 주고 싶네. 새들 서식지는 나도 아니까, 나를 믿어보게나.”

 “그래그래. 가온아, 한스를 믿어봐, 믿어봐.”

 한스 선생님의 어깨 위에서 눈이 땡글땡글한 왕관 앵무새가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좋아. 저 앵무새를 믿어보자.’

 요정처럼 푸른 빛깔 나는 새, 레드 카나리아, 해파리처럼 붕붕 떠다니는 새, 대머리 독수리 등등이 우리 친구가 되다니 놀라웠다. 황록색을 뿜어내는 반딧불의 수십 마리도 이들 곁으로 날아들어 통로가 한층 대낮처럼 밝아졌다. 그 새들은 우리 머리 위로 원을 그리며 날면서 조변림으로 가는 길을 편안하게 안내해줬다. 나는 기분이 훨씬 가벼워졌다. 해파리처럼 나는 새는 어느덧 나에게 한쪽 눈을 깜박이며 반갑게 인사하고 있었다. 그 새를 빤히 쳐다보며, 나는 정말 황홀경에 흠뻑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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