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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Novel & BooK

[Social Fantasy26] 카나리아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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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6

 

 언제까지 한스 선생님의 말만 믿고 지금까지 일어난 교장과 모키의 처참한 죽음을 넋 놓은 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나는 가슴이 답답해 왔다. 심지어 내 친구 죽음마저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무지 한심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 때문에 친구가 죽었다고 생각하니, 심한 자괴감과 죄책감도 밀려왔다.

 바쁘게 서둘러 모키의 집으로 향하던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짙은 어둠 속에서 나타난 그 어수룩해 보인 경찰…….

 그 경찰만 아니었어도 친구의 죽음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경찰이 몹시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그 경찰 제복이 왠지 모르게 에메랄드빛이 은은하게 났던 것 같았다. 그 후 갑자기 솟아오른 에메랄드 보석 빛의 날개를 갖고 있는 새의 모습. 혹시 그 새가 나를 친구 모키 집에 늦게 가도록 한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새가 설마 날개 달린 신데렐라라는 말인가?

 나는 말도 안 되는 현실성 없는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조변림 사건을 알게 되면, 죽는다.’는 한스 선생님의 말이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조변림 사건이 뭔지를 알아내는 것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나의 호기심이 내 주변 사람들을 처참히 죽일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수인이는 사라졌고, 나로 인해 친구가 죽었다는 것. 이 같은 비극에 맞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딱 한 가지였다. 먼저 수인이를 찾아야 했다. 아니, 그녀의 집을 찾아내야 했다. 그녀가 없더라도 그녀의 집에는 뭔가 그녀의 흔적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수인이도 내 친구처럼 조변림 사건을 알게 돼서 죽지 않길 내심 바랄 뿐이다.

 

 ★

 

 수인이의 말을 여러 번 상기해 보았다.

 그녀의 집이 있는 곳은 이 층 현대식 양옥 민가와 셔터 문이 달린 상점이 띄엄띄엄 있는 에메랄드 숲 주변은 아니다. 그곳 가장자리에서 마치 원의 중심을 향해 100미터 단거리 달리기 시합하듯이 뛰어가면, 15초 내에 도착한다고 했는……. 가끔은 좁은 골목길로 된 산책로를 지나간다고 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은 에메랄드 숲을 벗어날 수가 없었던 거다. 이 숲의 넓이는 만여 명 정도 관중들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야구나 축구 경기장만한 크기이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는 조경사 두세 명이 하루 종일 관리해야 유지될 큰 정원이 있고, 거기에 100여 미터 높이에 큰 나무가 있다고 했다. 에메랄드 숲 말고는 10에서 20여 미터 크기만 한 나무도 찾기 어려웠다. 거인들이 가꿀 것 같은 그 큰 나무를 어쩔 수 없이 에메랄드 숲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그녀가 말한 집은 결국 에메랄드 숲 속에 있다는 건데……. 그곳에 기거할 만한 주택이 있다니, 나로서는 그녀의 말이 말도 안 되는 기막힌 거짓말 같았다. 그녀한테도 속았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오른손을 불끈 쥐고 말았다.

 하지만 거짓말 같던 한스 선생님의 말도 일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설마 수인이가 날 속였겠어, 라는 생각도 얽혀 섞여 교차됐다. 무지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한 번쯤은 확인해 봐야겠다는 미련이 남아…… 내 자신이 한심하고 미워졌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도 없었다.

 어느새 어둑해진 차디찬 밤하늘에 별들이 나를 보며 구슬피 울고 있는 듯했다. 잠시만이라도 내 고민과 고통들을 잊게 해 줄 함박눈이라도 내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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