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문에 대한 '진한 회고'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CJI 연구소 운영위원장
소란했던 논문 표절 의혹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5년전 쯤을 거슬어 올라가면 그렇다.
연예인과 스타강사 정치인 등이 표절 도마 위에 올라 여론으로부터 몰매를 맞았다. 급기야 교수직 등도 면직되는 사태에 이르렀던 적도 있다. 아마 지금도 언론에 크게 유행처럼 거론되지 않을 뿐, 표절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표절에 대한 시비비비로 계파 간의 갈등과 악플도 여느 때보다 많아질 것이고.
이를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당사자에게 미친 피해가 너무 과했으니까 말이다.
검색엔진 기술을 활용한 ‘표절검색 솔루션’이 등장하면서, 표절 의혹을 제기한 사례가 빈번해지기도 했다. 또한 예전보다 사회적으로 표절에 대한 잣대가 좀 더 엄격해졌다는 말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심지어 대학 입시 전형에 자기소개소가 등장하면서 표절 논의는 알게 모르게 여전히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표절 검증 시스템에도 고액 비용 투자가 일어나는 건, 왠지 쓸모없어 보이기도 하면서 말들이 많아졌다. 내용의 참신성보다는 표절이냐 아니냐에 더 촉각을 세우니,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검증 시스템 뿐아니라, 표절 논란이 왠지 시원치 않고 꺼림칙한 건 왜일까?
그건 ‘표절’로부터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의도하든 안하든 논문이든 뭐든 표절할 수밖에 없는 자체 속성이라는 모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도서관 책장에서 아무 논문이나 골라내서 신기술의 표절검색 솔루션을 작동시켜본다고 하자. 그리고 스스로 한 장 한 장 정독해서 그 논문을 읽어본다고 하자.
단언컨대, 결과는 어디선가 읽어본 듯한 내용에 표절일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글의 기술방식에선 표절이라는 낙인을 애써 모면했다 할지라도, 논문의 근간인 ‘아이디어’만큼은 표절일 것이다. 아무리 창조적이고 참신한 주제의 논문을 썼다 한들, 국내 해외 수백 수천만종의 단행본 연구와 학술논문들의 아이디어를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게 상식 아닐까.
오늘부터 창조적인 논문을 쓴다고 한다면,. 5년 10년이 걸려도 창조적이고 참신한 논문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미 다른 연구자들이 연구해 놓았고 논리적인 인과율도 그들보다 허술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조적이고 참신한 논문은 정리 요약식 연구논문 보다도 학위과정을 통과하기 어려운 것이다. 비판받을 여지가 많아서다.
어떤 연구를 한다 해도 이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연구해온 클래식 논문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연구논문이라는 것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탄생 자체가 ‘부처님 손바닥’이었던 것. 자기소개서 소설 드라마 영화 등도 정도만 다를 뿐이지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논문은 이것들보다도 표절로부터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더더욱 어렵다. 신문 기사 방송보도야 말할 것도 없고. 거의 베끼는 수준의 기사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논문 표절에 자유로운 이들은 누구일까. 내 자신도 몹시 궁금하다.
그건 아마도 몇 안 되는 석학 정도일 듯싶다. 그리고 또 있다면, 고도의 논문 짜깁기 실력을 갖춘 이들일 텐데, 기술 표현 실력이 논문 표절한 이들보다 좀 더 세련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덤 속에서 플라톤은 이들을 향해 이렇게 경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플라톤) 연구한 논문을 인용할 때, 한 글자라도 바꾸거나, 네 마음대로 요리해 버리면, 내가 주장한 학설과는 다르다.”
플라톤의 심정일 것이다.
부탁컨대, 표절 자기소개서 논문 의혹 제기는 이 정도로 해두자. 표절 검증 시스템에 투자한 비용은 우리가 쓴 비용 중에 가장 아까운 소모적 비용이었지도.
그리고 시간은 많이 흘러갔지만, 연예인 등에게는 지금이라도 면죄부를 주자.
논문 쓰기는 공부하고 연구한 걸 정리했다는 취지도 있다. 그리고 표절 논문일지라도 자신 스스로가 논문을 통과시킨 게 아닌, 그 해당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그 논문을 통과시킨 게 아닌가. 논문 쓴 학생을 탓하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과도한 표절이 의심됐다면, 당시 학생에게 다시 써 오라는 판정을 내렸어야했다.
그렇다. 예외가 있다면, 학자들 논문만큼은 검증해 보자. 이들의 직업은 강의와 논문쓰기이니까 더욱더 그렇다.
반어적으로, 인과율이 다소 허술할지 모르겠지만, 참신하고 도전적인 석 박사 학위논문은 원활히 통과되도록 감시해 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된다.
CJI 연구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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