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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Commuication & Jornalism

눈의 신(神) :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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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신()

  집으로 가는 길

 

이윤영 CJI 연구소 운영위원장

 

집으로 가는 길

갑작스레 눈이 함박눈이 되어 내 눈 앞을 가렸다.

함박눈은 안경을 가리고, 내 눈은 콧김에도 가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러다가 길에 미끄러져 다칠까봐, 길을 잃을까봐, 마음을 졸였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다.

차들이 바삐 날 보지도 못한 채 지나갈까봐, 홀로 이리저리 고개를 들어 두리 번 살펴본다.

 

두렵다.

힘들다.

그때다.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일까.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저만치 내 앞을 앞서 걸어간다. 

축지법이라도 쓰는 걸까.

뭐 이리 빨라! 앞이 잘 보이지 않을 텐데.

 

함박눈이 길가에 쌓여 내 발목을 뒤덮는다.

어떻게 길을 갈지 머뭇거리다,

어렴풋이 희미하게 보이는,

 

‘내 앞에 가는 그를 쫓아가는 수밖에.’

 

그 사람이 밟은 눈길을 따라 한참 간다.

눈이 어느새 엷어지면서 낯 익은 길가가 내 눈에 들어온다.

이젠 내가 알아서 길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다.

 

눈은 엷어져 앞뒤가 선명히 보인다. 내 앞의 눈길을 인도했던 그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이리저리 찍어봤지만 그는 사라졌다.

 

내가 조현병인가?

눈의 신인가?

 

그 덕분에 난 눈길을 따라 길을 편히 갈 수 있었다.

 

그는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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