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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Novel & BooK

[Social Fantasy30] 카나리아의 흔적 Canary's 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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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10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나는 곧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나 천천히 층계 위로 올라가 아버지 서재 안을 들여다보았다. 서재는 아침 햇살에 반짝거리다 못해 눈부셨다. 목을 들어 천장 쪽을 유심히 살펴봤다. 아침 햇살이 다락방 천장에 5센티미터 폭에 4미터 길이쯤 되는 반투명한 유리 수십여 개를 관통해 들어온 것이었다. 그걸 통해서 바라본 하늘은 흐릿하게 보였다. 다락방 속의 여러 가구들과 물건들도 밖에서 보면, 흐릿하게 보일 뿐, 감춰질 듯싶었다.

 “, 멋진걸!”

 나도 모르게 어머니의 솜씨에 감탄사가 나왔다. 마치 바로크 건축의 미를 뽐내는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처럼 화려했다. 광대하고 아름다운 정원 하나쯤 있어 보였고, 궁전의 거울 방처럼 1066년 앵글로색슨 교회에서나 사용된 것 같은 크리스 샹들리에가 길게 늘어뜨려 있었다. 새들도 떼 지어 몰려와 현란하게 수를 놓은 듯이 보였다. 어머니의 여린 손을 통해 내 눈앞에 펼쳐진 그 광경은 숨 막힐 듯했다. 그녀가 취미로 실내 인테리어를 배운 것을 유감없이 아버지 서재를 꾸미는 데 발휘했나 보다. 비록 이 세상에는 없지만, 그에 대한 어머니의 정성 어린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낭만적인 생각만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의 친한 친구 모키를 잃었고, 수인이도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을 또다시 추슬렀다. 추억이니, 낭만이니 등의 사치스러운 말들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조급한 마음에 서재를 이리저리 둘러봤다. 벽 사방에는 수천 권의 책들과 책이 없는 곳은 반투명 거울이 에워쌌다. 한마디로 엄청 많은 책들이 병풍처럼 벽을 둘러싸고 있던 거였다. 어느 책을 뽑아 봐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먼저 조변림사건에 대한 책이나 문서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괴로운 지금의 처지…… 이를 손쉽게 해결할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아빠는 순수한 조류학도였을 거야……. 여기에 골치 아픈 정치 얘기에다가…… 심지어 날개 달린 신데렐라 얘기도 있을 턱이 없잖아…….’

 나는 체념하고 뒤돌아서서 서재를 나오려고 했다. 바로 그때, 외국서적 한 권이 내 눈을 멈추게 만들었다. 나의 시선이 순간 뜨겁게 달궈졌다.

 ‘버 즈 해 비 테 트…… Birds Habitat’

 ‘새들의 서식지라는 책 제목이었다. 사람들에게 적용시키면, ‘서식지라는 말은 충분히 거주지, 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고약한 성격의 에머튼 선생님이 열변을 토하며 강의한 내용들이 문득 떠올랐다.

 나의 손과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다. 항상 중요한 순간이 되면 긴장된 탓이리라.

 그 책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나의 발걸음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마침내 그 책을 두 손으로 뽑아들었다.

 순간 광풍이 불어 닥쳤다. 게다가 서재 위 지붕에 얼마나 많은 새들이 몰려 왔는지, 새들이 요란스럽게 지저귀는 소리가 나의 귀청이 떨어지도록 울려댔다. 나는 서둘러야만 했다. 새들이 지붕을 쪼아 부수고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임마누엘 칸트는 이걸 순수직관이라고 한 것 같은데. 빨리 이 책을 보고 서재를 박차고 나가야만 했다. 나는 책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아아아……

 나는 책 겉표지 그림을 보고, 숨이 멎는 듯했다. 숨을 계속 몰아쉬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침엽수인지, 활엽수인지 분간은 잘되지 않았지만, 아주 크고 잎이 무성한 바로 그 나무 위에 고대의 로마 시대에나 나올 법한 큰 성전, 아니 궁전이 있었다. 나무속에 층별로 새들이 살고 있었고, 다락방 같은 조그만 방도 보였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나무 맨 위엔 광활한 대지가 넓게 펼쳐져 있었고. 그 위 궁전에는 놀랍게도 금으로 치장된 왕관을 쓴 새들의 왕과 신하들이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이를 보는 순간,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 온 조류학은 유치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흥미롭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런데…… 나는 다시 냉정을 되찾아야 했다. 새들의 지붕을 쪼는 소리는 더욱더 커져만 갔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고. 나의 이기적인 학문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아빠 서재에 온 건 아니잖아! 책 표지 그림은 단지 상상일 뿐인데 말이야.’

 난 내 자신을 학대하듯이 호되게 꾸짖었다. 나는 무심코 또 그 책 겉장을 넘겨버렸다. 책 겉장이 스르르 넘어가자마자, 서재의 벽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아버지가 연구한 새들, 그리고 심지어 날개 달린 사람까지 등장하고 있었다. 갑자기 내 아버지가 날개 달린 사람들과 새들에게 고속도로 변에서 공격당하는 모습이 벽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날개 달린 사람들은 수십여 명 정도 돼 보였고, 하얀빛 날개를 지닌 맑은 살결에 어린 여자애도 그들 옆에 있었다. 특이하게도 어린 그녀는 옆에 있는 날개 달린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살결처럼 맑고 투명한 유리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녀 주위엔 새들이 아무리 적어도 5백여 마리 이상 되어 보였다. 이 장면이 빙빙 돌면서, 빛을 잔뜩 뿜어대며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애 띤 얼굴의 어린 여자애가 자신의 하얀빛 날개로 아빠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게 아닌가!

 “아아악……

 이번엔 진짜 숨이 막혀 왔다. 그 어린 여자애 얼굴이 마치 수인이의 어린 시절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아빠가 물려준 바로 그…… 유리 구두!

나는 무릎 꿇듯이 내 가슴을 움켜잡고 서재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렇게 쓰러지면 안 돼! 다시 일어나라고.’

 나는 의지를 불살랐다. 이곳을 얼른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일어나 호기심의 불꽃을 끄지 못한 채 표지 안쪽을 읽고 말았다. 난 이 글들을 읽자마자 또 한 번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책 표지 안쪽에는 이렇게 글이 또렷하게 쓰여 있는 게 아닌가.

 『네가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 표지와 유사한 새들이 사는 성전 같은 집을 직접 봤어! 새라기보다는 날개 달린 사람이었지…… 너의 학문적인 상상력은 너무 우수하다. 부럽군. - 너의 친구 한스가

 ‘한스 선생님이…… 아빠의 절친한 친구였던 거다! , 이럴 수가……

 그런데…… 갑자기 서재의 문이 쾅쾅쾅울려대기 시작했다.

 

 

 서재에 들어오면서, 두려움이 앞서다 보니 나도 모르게 문을 잠갔나 보다. 나는 얼른 책을 덮어버렸다.

 책이 덮어지면서, 광풍이 누그러지고, 빙글빙글 도는 벽도 자연스럽게 멈춰졌다. 아버지의 지나간 기억들의 영상 한 편도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눈부실 정도의 광채도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하지만 지붕을 쪼아대는 새들의 소리가 점점 줄어드는 대신, 서재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더욱더 커져갔다.

 ‘서재에는 창문 하나 없는데, 새들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지. 천장의 가느다란 반투명 유리 사이로 본 건가? 설마 흐릿하게 보이는 그 좁은 틈새로? 근데…… 새들이 날 죽일 것만 같아. 아니, 날개 달린 사람들이 날 죽일 거야!’

 교장의 죽음, 친구 모키의 죽음…….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사라진 수인이가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벽의 영상을 액면 그대로 믿으라고? 날개 달린 수인이가 이들을 죽인 걸까? 설마…… 아닐 거야. 아니라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내 자신이 끔찍해졌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불안감을 쉽게 떨쳐낼 수가 없었다. 급기야 나도 누군가에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리저리 눈과 목을 돌려댔다. 우선 문을 두드리는 정체불명의 그에게 대항할 것을 찾아야만 했다.

 다행히 서재 귀퉁이에 큼직한 마포 자루 하나가 있었다. 어머니가 서재를 청소하고 여기에 놓아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른 마포 자루를 집어 들었다. 수업 중의 에머튼 선생님의 얼굴표정을 흉내 내며, 새 머리를 내갈겨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혹했지만, 어쩔 수 없는 거였다.

 나는 없는 용기를 내어가며 새 머리라도 힘껏 갈기려고 서재 문을 열려는 찰라, 낯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가온아, 안에 있니?”

 날개 달린 사람들이 아닌, 어머니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따끔한 꾸지람이라도 나올 기세였다. 나는 마포 자루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문을 열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학교에 있을 때가 아닌가!

 ‘, 똑똑한 내 친구, 모키도 새들에게 당한 걸 보면, 분명 새의 속임수일 수 있다! 새가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낸다고? 내가 좀 정신이 나간 건가. 아니, 비상한 지능과 능력을 소유한 날개 달린 사람들일 수 있어. 분명 그들일 거야!’

 나는 이 같은 여러 생각들의 파편 속에 묻혀 있던 나머지 문 여는 걸 잊은 채, 멍하니 서 있고 말았다. 너무 긴장되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오금까지 저려왔다.

 “가온아, 장난하지 말고. 빨리 문 열어!”

 어머니 같은 목소리로 다급한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분명 내 어머니 목소리가 틀림없지 않은가.

 “엄마, 하나만 물을 게.”

 “? 몸은 괜찮고?”

 갑작스럽게 돌변한 자상하고 친근한 목소리가 내 몸속으로 잔잔히 들려왔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엄마, 아빠 서재 문의 열쇠 색이 뭐지?”

 “가온아! 은빛이잖아! ,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층계 밑으로 내려가는 거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내 머리에 잔뜩 화가 치밀어 오른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내가 문을 열어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나도 왠지 망설여졌다. 누군가 발 빠른 걸음으로 층계로 올라오더니, 또 다른 열쇠로 서재 문을 여는 게 아닌가!

 ‘맞아! 우리 집에는 모든 방문을 열 수 있는 만능열쇠가 있었지. 내가 예전에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눈에 띄지 않았는데…….’

 서재의 문이 소리를 내며, 거세게 열렸다. 나는 화들짝 놀라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가온! , 엄마 말이 말 같지 않아!”

 겉으로 보기엔 내 어머니였던 것이다. 그녀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라왔는지, 넘어져 있는 내 머리를 쥐어박으려고 했다.

 “너 요즘 왜 그래? 아빠 서재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 알았어요, 죄송해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정리하려 노력했다.

 날개 달린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새들의 흔적도 없었다. 어머니였던 것이다. 그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리저리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너 때문에 엄마가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요즘 온통 네 생각만 한다고. 너 요즘 뭐하는 거니? 공부는 안 하고 딴 곳에 온통 정신이 팔려있는 것 같단 말이야!”

 “엄마! 알았다니깐, 죄송하다고요.”

 나도 모르게 짜증내는 말투로 그녀의 말을 응수하고 말았다.

 “엄마한테 말투가 왜 그 모양이야!”

 “…… 다음부터 그러지 않을게요.”

 그녀가 왠지 측은하게 느껴져서인지, 나도 모르게 기어들어 가는 말투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네가 몸까지 아프다고 하니까, 널 간호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 휴가를 내고 집에 돌아왔잖아. 네가 아파서 누워있을 줄 알았다고. 근데…… 어디 갔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있어야지. 갑자기 네 아빠 서재에서 비명이 들려오고…….”

 그녀의 말들은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남들이 보더라도 내 모습이 왠지 답답하고 뭔가에 홀린 듯해 보였던 것이다. 특히 요즘 들어 누군가가 내 방문만 두드려도 화들짝 놀라는 게 다반사였다. 어머니는 서재에 올라온 후로 줄곧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또 뭐가 불만스러운지 말을 이어갔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니? 공부가 너무 부담스러우면, 다른 길도 많아.”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날 위로해 주려 했고, 내가 왜 서재에 들어왔는지에 대해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힘들고 지치는 날이면, 서재에서 한없이 울곤 했다. 나도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녀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내 이마 위에 손을 얹었다.

 “열은 없네. 좀 쉬고 내려와서 점심 먹으렴.”

 “, 알겠어요.”

 나는 의미 없이 대답했다. 그녀는 내가 별 탈 없다고 생각했는지 거실로 내려가려 했다. 그때 나는 서재에서 일어난 신비스러운 일들을 그녀에게 하나하나 열거해봤자 소용없을 거라고 단정해 버렸다. 단지 이것만은 확인하고 싶었다. 한스 선생님이 아버지의 친구였다면, 어머니도 그를 모르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 ?”

 그녀는 내려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한스 선생님 알아?”

 나는 머뭇거림 없이 물어봤다. 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다가 잠시 멈칫하고는 뒤로 날 힐끗 쳐다보며 입을 힘겹게 땠다.

 “……. 뉴스에서 잠시 봤는데…… 너희 학교에 새로 부임해 오신 분. 명성 있는 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보냈다고 나오던데……

 그녀가 그에 대해 말한 것은 누구나 아는 내용이었다. 내가 궁금해 하는 건, 당연히 그런 진부하고 평범한 사실이 아니었다.

 “한스 선생님이 아빠 친구였어?”

 나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재촉하듯 물었다. 여느 때와 다르게 그녀의 귓가 주위가 불그스름해졌다. 목은 터틀넥으로 가려져 있는 탓에 어떤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긴장한 걸까.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녀는 다시 층계 위로 올라와 서재에 앉을 만한 의자를 찾더니, 말을 애써 이어가려 했다. 어머니와 나 사이가 마치 남이었던 것처럼 잠시 어색할 정도로 적막이 흘렀다.

 “위험인물, 한스 박사……

 그녀도 알고 있던 거였다! 그녀는 마음속에 사무친 게 많았는지, 갑자기 버럭 화를 내는 게 아닌가!

 “이 나쁜 한스 박사. 그 때문에 사람들이 엄청 죽었어! 방송, 신문기자도 여럿이 죽었지. 아빠의 친구, 킴란스 기자도……. 너도 들은 적 있지? 바보 같은 한스!”

 그녀는 옆집에서도 들릴 정도로 언성을 높였다.

 “네 아빠도 한스 박사와 친하면서, 죽었는지도 몰라.”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나는 그녀가 감정에 복받친 나머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한스 선생님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나는 너무 궁금해서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엄마! 말도 안 돼요! 아빠가 한스 선생님 때문에 죽었다는 거예요?”

 나는 그녀를 다그쳤다.

 “아니, 꼭 그렇다고 말하는 건 아니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엄마 말 잘 들어! 아무튼 엄마는 네가 한스 선생과 엮이는 게 싫어. 알겠지!”

 그녀는 한스 선생님 곁에도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말을 끝맺었다. 그러더니 내 손에 쥐어 있던 서재 열쇠랑, ‘새들의 서식지(Birds Habitat)’ 책을 뺏어버렸다.

 나는 그 책을 돌려달라고 실랑이를 벌여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내가 기분 나쁠 정도로 내 손을 치더니, 이건 나중에 보여주겠다고 모질게 말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녀의 강압적인 말과 행동에 불만스러운 기색을 쉽게 드러냈다.

 “엄마! 이렇게 하면 안 되잖아!”

 나는 화가 나서 떨떠름한 목소리로 투덜거리고 말았다. 그녀는 몸을 스스로 가누기가 어려울 정도로 어지러운지 머리를 한 손으로 움켜잡고 거실로 힘겹게 내려갔다. 문도 모르는 나로서는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내 머릿속엔 온통 도저히 알 수 없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신비스러운 퍼즐들로 가득 차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진실을 말한 것 같지는 않았다. 회전하는 벽 속에서 아버지는 한스 선생님이 아닌 날개 달린 사람들과 새들에게 처참하게 죽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인이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앳된 얼굴의 날개 달린 여아. 그녀가 쉽게 잊히지가 않았다.

 어머니에게 빼앗긴 새들의 서식지의 책 내용이 몹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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