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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Novel & BooK

[Social Fantasy16] 카나리아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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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5

 

 “그가 한스를 만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암살자처럼 냉정한 얼굴을 한 젊은이가 입술을 바르르 떨며, 돌계단 위쪽에 있는 상관에게 비밀스러운 정보를 건네주고 있었다.

 그 젊은이는 두꺼운 붉은 가죽옷을 입고 있었고, 숱 많은 머리에서 투구를 벗어 오른손에 들었다. 그의 하체는 상체만큼 우람하고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적의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했는지 얼굴 왼쪽 관자놀이엔 칼자국이 깊게 나 있었고, 같은 쪽 어깨에도 누런 흰색 붕대가 감겨 있었다. 마치 전쟁 일선에 갓 선임된 연륜이 적은 공격 대장처럼 보였다.

 여왕의 자태를 뽐내는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는 한참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

 “그의 열정을 억누를 수는 없겠지. 그가 누구였던가? 크리스 왕족의 후손 아닌가. 분명 그도 언젠가는 우리처럼 힘껏 날아올라 한스에게 저항할 걸세.”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젊은 남자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말을 이어갔다.

 “한스는 지혜가 남다릅니다. 만일 그가 한스의 잔꾀에 넘어가기라도 하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지 않겠습니까?”

 이 남자의 상관인 그녀는 그의 말을 듣지 않은 척하듯 잠시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그러더니 의욕이 넘치는 눈빛을 내비췄다.

 “걱정 말게나. 그는 우리의 왕이 될 걸세. 그리고 나처럼 우아한 에메랄드빛 날개를 휘저으며, 그의 열정을 발산할 거라고. 그를 믿어주게.”

 젊은 남자는 그녀의 말을 따르겠다는 뜻으로 몸을 굽실거렸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그녀는 크게 만족한 듯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의 왕이 될 그를 보호해주게나.”

 젊은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치 암살자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비밀통로를 찾아 급히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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