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ry's Wake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Social Fantasy Novel
프롤로그
새벽녘부터 잿빛으로 짙게 깔린 안개가 몹시 오싹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도 사라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조류학자의 꿈을 키워 온 김찬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며, 서둘러 안개등을 켠 채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들어섰다. 오늘이 바로 어렸을 때부터 갈망한 조류학 박사논문 심사를 받는 날이지만, 짙은 안개로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듯했다. 심지어 그는 교통체증이 심한 오전 때에 논문심사 시간이 잡혀 있는 터라, 바삐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힐끔 쳐다본 자신의 손목시계가 심사시간까지 20여 분도 채 남지 못했다는 걸 알고는, 순간 그의 목덜미가 뻣뻣해지면서 식은땀이 배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가속 페달을 오른발로 급히 밟아댔다. 고속도로 아스팔트 표면에 자동차 바퀴가 미끄러지면서 고무 타는 냄새가 차창 틈새로 고약하게 스며들어와 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젠 마지막 고속도로 톨게이트만을 빠져나가면, 곧 논문 심사가 있을 H대학 고생물연구실에 가까워질 것이다. 잔뜩 찌푸렸던 그의 눈과 얼굴에 불안감과 안도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여전히 잿빛의 짙은 안개로 앞뒤가 잘 보이지 않아 여기가 어딘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멀리서 일식현상을 방불케 하듯 가느다란 태양 빛의 흔적 모두를 가리며, 그의 자동차를 향해 날아오는 낯선 어두운 그림자가 그의 한눈에 잡혀 왔다. 그는 당황스러운 나머지 핸들을 급히 꺾어 도로 옆 갓길에 급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웠다.
그 그림자는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 개 같았다. 그것들은 잔잔히 바람을 일으키며, 그의 멈춰 선 자동차 앞 가까이에 내렸다.
그러고는 어두운 그림자들 중에 하나만이 그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육감적으로 ‘새’ 같았다. 그는 급히 자동차 전조등을 위로 올려 켜서 그 그림자들을 자세히 눈여겨보자마자, 자지러지게 놀라고 말았다. 말로만 들었던…… 늑대처럼 잔인한 ‘날개 달린 사람’이었다. 온몸이 떨려왔다. 하지만 그에게 다가온 그림자는 전혀 잔인해 보이지 않았다. 긴 머리를 뒤로 질근 묶은 맑고 투명한 하얀빛 날개를 지닌 가련한 어린 여인이었다.
그런 안도감도 잠시뿐이었다. 하얀빛 날개의 여인과 그녀를 둘러싼 어둠 속의 날개 달린 사람들이 그의 자동차 앞 유리를 인정사정없이 거칠게 깨뜨렸다. 유리 파편 조각이 그의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거친 비명이 전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하얀빛 날개의 여인은 그의 비명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날개를 바짝 세워 그의 가슴을 찢었다. 사방에 피가 흩어지면서, 공포에 질린 그는 어린 그녀의 얼굴을 노려볼 뿐이었다.
“하지 마, 제발 하지 말라고! 왜 날 죽이려는 거야!”
그는 가엾이 죽음 앞에 울부짖었다. 그녀는 여린 목소리로 거침없이 대꾸했다.
“넌, 우리의 정체를 알아버렸어.”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 바로 뒤에 있던 날개 달린 장정들이 그에게 바싹 다가와서는, 그의 배를 갈라버리려 했다. 그는 죽음에 임박했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누가 거짓으로 일러바친 거라고! 대체 너희들의 정체가 뭐란 말이냐!”
“난 신데렐라가 되길 원하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못한 채, 눈이 감겨왔다. 그의 배가 갈라지고, 그 틈새로 뜨겁고 시뻘건 창자가 새어 나왔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갑작스럽게 쥐와 도마뱀 두 마리가 호박을 들고 나타나서는, 게걸스럽게 그 징그러운 창자를 다 먹어 치웠다.
하얀 날개의 어린 여인은 그 호박에 걸터앉아 그걸 유심히 끝까지 지켜봤다. 그러고 나서 그 옆에 자신의 유리 구두 한 짝을 벗어 남겨두고 왠지 다리가 불편한지 절뚝거리며 그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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