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I THINK] 파레토 법칙과 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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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레토 법칙과 부자들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CJI 연구소 운영위원장 

 어떤 집단도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한다. 어느 학교든 직장이든 공부하는 학생은 밤새 책과 씨름하고, 근로자나 임원도 일 중독자처럼 보고서 프로젝트 자료에 푹 빠져있을 듯싶다. 하지만 실상 면밀히 들여다 보면, 모두 다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는 것. 당연히 가정사에서도 그렇다. 누구는 티비 시청에 몰입하지만, 누구는 설거지에 방청소를 도맡아 한다.

 

 불행하게도 개미처럼 땀 흘리며 일에 열정을 보이는 이들 보다는, 게으름을 피우는 베짱이 같은 이들이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 어림잡아 20 퍼센트 정도는 열심히 일을 하지만, 나머지 80 퍼센트는 대충 일하며 산다는 통계도 있을 듯싶다. 

 엘리트주의의 창시자인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는 상위 20퍼센트의 인구가 노력하여 80 퍼센트의 부를 소유한다는 현실을 적용해 이를 ‘20대 80의 법칙’이라고 불렀고, 흔히 우리들에겐 ‘파레토 법칙’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요즘 우리 사회에선 몇몇을 제외하고 누구나 기계처럼 열심히 일하며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하루 5시간 이상은 꼬박 독서실에서 이리 저리 문제집 풀고 영어 단어라도 암기해야, 대학이라는 문을 두드릴 수 있다. 당연히 공무원 공기업이나 사기업 입사 자격증 취득 등도 이와 맥락이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파레토 법칙’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 법칙은 우리 한국사회에선 비현실적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법칙을 애써 적용해보면, 여러 분야에서 사회의 리더의 자격을 갖춘 20 퍼센트의 노력과 성실성만큼은 인정해 줄 이유가 충분하다 하겠다. 고액 주급 스포츠 선수들의 상상치 못할 정도의 가혹한 훈련과, 하루 종일 수도승처럼 학업에 열중한 이들의 스펙. 아마 이들이 있었기에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 받았고, 여러 정책들과 이벤트들이 지금 이 순간도 우릴 흥분 시키고, 흥미롭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가끔은 충돌되어 어쩔 수 없는 갈등과 논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오늘 이 순간도 마음 놓고 친구들과 밥을 먹고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나머지 80 퍼센트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이들도 사실 우리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등,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파레토 법칙은 단지 비중을 말해줄 뿐, 개미 베짱이 등으로 비유되는 구성원은 우리 사회에선 모두가 불필요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서로에게 불만이 있고, 못 마땅해 할지도 모른다. 예컨대 부자들이나 기득권의 말을 듣고 하라는 대로 열심히 공부나 일 등 무언가를 해봤지만, 결국은 이들로부터 내쳐지고, 신세한탄만 하게 됐다는 보이지 않은 인과관계 규칙이 싹터왔다고 한숨을 내쉰다. 반대로 부자들이나 기득권자들은 관리자로서 성의 없는 그들 노동에 불만 불평을 드러냈을 것이고.

 그럴 바에야 서로가 열심히 일한들 무슨 소용이있을까, 라는 허무와 회의가 밀려왔을 것이다. 큰 욕심을 버리고 물고기와 용이 물에서 목욕하듯이(魚龍浴水), 약간의 필요한 돈만 벌고 수익을 내면서 남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사는 것. 괜히 부자들이 만들어 놓은 말만 믿고 부자들의 이익 편에 설 필요가 뭐 있겠는가. 심지어 반대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거나 값싼 해외인력을 고용치 않은 걸 후회하는 부자들의 속 마음도 읽힌다. 끝에 가서는 서로가 그건 아닌데 라고 반문하면 뭐하겠느냐는 말이다. 

 그렇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존재하는 파레토 법칙의 생각이 우리 사회에도 나름 실마리를 줄 수 있었던 건, 단지 우리의 잘못이 아닌 무언가의 가족, 조직 사회 시스템의 고장이나 미비는 아닐런지. 

CJI 연구소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