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님, 미안합니다' 반박론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서울대 게시판에 올라온 '박근혜 대통령님, 미안합니다' 글을 다시 한번 곱씹어 봤습니다. 윤리적이지 않은 다분히 도덕적인 사안들이 있지만, 생각해 볼만합니다. 반박이라기 보다는 또하나의 공개장에서 논란이 될만한 '반박론'으로 작성했습니다. 소통이 요구되는 디지털 사회입니다. 보고 흘려 보내기 보다는 상호 반박을 통해 더 나음을 지향해 봅니다.
- 편집자주
1. 두 집 살림한다고 채동욱 잘랐을 때 욕했었는데 이번에 사찰했다고 윤석열 찍어내는 거 보니 그건 욕할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
- 두 집 살림했다고 채동욱 검찰총장이 잘렸다고 볼 수 있다, 는 말은 너무 단정적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당시 확인되지 않은 혼외자 존재여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극히 사적인 프라이버시 문제이며 법적인 다툼이 있어 보입니다. 도덕적인 사안을 정치적 잣대로 들이된 것입니다. 사찰의 문제는 공적인 영역입니다. 죄송합니다.
2. 미르, K스포츠 만들어서 기업 돈 뜯는다고 욕했었는데 옵티머스, 프라임 보니 서민 돈 몇 조 뜯는 것보다 기업 돈 몇 천억 뜯어 쓰는 게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 오랜동안 뿌리 깊이 내린 정경유착 문제일 것입니다. 정관계 커넥션 의혹은 어느 정부든 자유롭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3. 문체부 공무원 좌천시켰다고 욕했었는데 '원전 안 없애면 죽을래'라는 얘기했다는 거 보니 그래도 그건 정상적인 인사권의 범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 인사권과 원전 폐쇄 등의 사안 등은 표현이 과격하더라도 시기적인 상황과 이에 따른 여론의 추이를 봐야하는 비난의 대상이 아닌 비판의 대상입니다. 고정적인 사안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4. 최순실 딸 이대 입학하게 압력 넣었다고 욕했었는데, 조국 아들딸 서류 위조하는 거 보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그나마 성실히 노력해서 대학 간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 이 사안은 여야 막론하고 사회적 지도자로서 국민들의 모범이 돼야하는 만큼, 마지막 보류인 법원의 판단을 중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5. 위안부 합의했다고 욕했었는데 윤미향 하는 거 보니 그때 합의는 그나마 떼먹는 놈 없이 할머니들한테 직접 돈 전달해 줄 수 있는 나름 괜찮은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 복잡한 사안입니다. 역사적으로 위안부 사안은 경제적인 논리로 국한하여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며, 오로지 경제적인 부분으로 제한시킨다면, 투명한 회계가 절실합니다. 죄송합니다.
6.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는 거 보고 욕했었는데, 금태섭 찍어내고 당내에서 다른 의견 내면 매장시키는 거 보니 그건 그래도 상식적인 정치였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 당론이 중요한 사안일 것입니다. 당론에 어긋나면 제명될 수도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7. 우병우 아들 운전병 시킨 이유가 코너링을 잘해서라고 해서 변명도 가지가지 하고 있네 욕했었는데 추미애 아들 보니 소설 쓰고 있네 안 하고 변명한 건 참 훌륭하고 성숙한 대처였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 이 사안은 최순실 딸 이화여대 입학 등 관련 사안과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여야 막론하고 사회적 지도자로서 국민들의 모범이 돼야하는 만큼, 마지막 보류인 법원의 판단을 중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8. 최경환 부총리가 나와서 집사라 그럴 때 욕했었는데, 국민은 집 사지 말라고 하면서 집값, 전셋값은 계속 올리는 거 보니, 당시에 집 사란 건 서민을 위한 선견지명의 정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 부동산과 주식 등 투자는 여럿 복잡한 변수가 있습니다. 비트코인도 같은 맥락입니다. 부동산 주식 등은 무엇을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부든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한 자율시장에서 정책은 최선의 이정표일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9. 태블릿 나와서 사과 기자회견할 때 사퇴안하고 뭔 사과를 하고 있냐, 왜 기자 질문은 안 받냐고 욕했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나와서 사과라도 하는 건 정말 인품이 훌륭한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 이 사안은 상황 윤리적인 판단이 아닌 도덕적인 판단일 듯싶습니다. 죄송합니다.
10. 메르스 대처 잘못한다고 욕했었는데, 코로나로 난리 나고 독감백신 맞고 사람들 죽어나가는 거 보니 그때 그 정도로 끝낸 건 무난한 대처였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 전염병의 원인과 결과물은 확률론적인 음모론을 배제시켜 생각해보면, 인간 본연의 문제이며, 글로벌한 사안이라서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11. 서울 법대 교수 중에 정종섭을 장관 시켜서 허튼짓하는 것 보고 참 사람 보는 눈 없다고 욕했었는데, 조국이 장관 돼서 하는 짓을 보고 그나마 서울 법대 교수 중에 SNS는 안 하는 참 진중한 사람을 장관으로 발탁했구나 생각했습니다. 미안합니다.
- 입증할 자료가 드문, 다수설 소수설 등으로 보이는 ‘사견’으로 판단됩니다. 죄송합니다.
12. 윤창중 미국서 인턴 성추행해서 도망 왔을 때 욕했었는데,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터지고 피해호소인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용어가 나오는 거 보고 기겁했습니다. 미안합니다.
- 미투 운동으로 정당에 따른 판단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죄송합니다.
13. 윤석열 좌천시킨다고 욕했었는데, 추미애 이성윤이 하는 거 보니 정권에 대들었다고 한직에 인사발령하는 건 그냥 상식적인 인사 조치인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 인사권 등은 시기적인 상황과 추후 여론 판단을 지켜봐야 할 사안일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14. 박근혜 정부가 최악의 정부라고 욕해서 미안합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
- 역대 정부를 보면, 박근혜 정부가 최악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과거사를 돌이켜 보면 퇴보 순환하거나, 발전하느냐, 라는 입장이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이때는 단지 도덕적인 판단이 아닌, 경제지표나, 교육지표, 언론의 자유도 등등의 종합적인 분석이 요구될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CJI 연구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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